[진화하는 과학수사]① 휴대폰처럼 자동차도 포렌식 수사한다…대검, 실무 적용

입력 2022-10-19 16:19 수정 2022-10-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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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발달에 단순 운송수단 넘어 IoT 기기로 진화
車 전자장비, 커넥티드카…운행‧탑승자 행위정보 담아
요증‧정황증거 가치↑…檢, ‘자동차 포렌식’ 연구 착수
자동차 전장‧스마트폰에 동기화한 데이터 수집‧분석까지

#1. 연쇄 살인 사건에서 살인범이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는 데 사용한 자동차를 수사기관이 압수해 차량의 트렁크 문이 열렸던 이벤트 정보와 트렁크 문이 열린 시점 위치정보를 확인, 해당 위치 주변을 수색함으로써 살인 범죄 입증에 가장 중요한 증거인 피해자 시신을 확보했다. 특히 피해자 수와 신원을 특정해 여죄까지 밝혀냈다.

#2.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사고 발생 시점에 피의자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한 게 아니라 직접 스마트폰을 조작해 특정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애초 혐의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 아닌 도로교통법 상 중대한 과실을 찾아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으로 전방 주시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는 양형 인자에 가중 처벌 사유가 된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호소를 받아들여 보다 무거운 형으로 기소했다.

검찰이 날로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고자 최신 과학수사 ‘자동차 포렌식’ 기술을 실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 발달로 자동차의 전자장비화와 네트워크 연결성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탄소 중립’ 흐름에 발맞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2차 배터리와 전동 모터로 구동하는 전자제품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 산업 인프라 변화로 인해 자동차는 단순 교통사고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범죄에 요증‧정황 증거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LG전자 P-OLED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 세단 2022년형 EQS 차량 내부. (LG전자)
▲LG전자 P-OLED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 세단 2022년형 EQS 차량 내부. (LG전자)

교통사고부터 연쇄살인까지…‘자동차 포렌식’ R&D에 35억 투입

이춘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장은 19일 본지에 “차량 제조사나 협력사의 부품 종류, 내부 운영체제(OS) 버전 등이 자동차 메이커별로 달라 모든 자동차가 동일한 형태‧내용의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같은 제조사 차량이라도 전기‧전자장비 특성이 계속 변해 자동차 포렌식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 과장은 “궁극적으로는 미국‧일본‧독일산 외제차까지 포함해 전(全) 차종 포렌식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게 연구 목표인데, 우선적으로 국내 생산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산차 브랜드를 비롯해 전장(電裝) 사업에 투자 중인 삼성전자‧LG전자가 생산한 자동차 부품이 일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압수수색이 주거지‧사무실에 대해 이뤄질 때 계약서류, 회계장부, 통장 등을 대상으로 한다. 전자정보에 대해선 PC, 서버, 휴대폰, 외부저장장치(USB), 서버 내 데이터베이스(DB), 경우에 따라 클라우드까지 포렌식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압수수색 범위를 자동차까지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자동차에 탑재되거나 연계된 전기‧전자장비 또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자동차의 운행 관련 정보뿐 아니라 탑승자의 행위 정보와 같은 여러 이벤트를 생성‧저장하므로 자동차는 사건‧사고 해결을 위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증거능력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0년부터 자동차 포렌식 기술을 독자 연구해온 대검 디지털수사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협력해 ‘이벤트 기반 실험 시스템 구축을 통한 자동차 내‧외부 아티팩트 수집 및 통합 분석 기술 개발’ 연구 과제를 기획했다. 올해 5월 단국대 컨소시엄을 통해 연구 과제가 착수됐다. 향후 3년간 35억 원에 달하는 국비가 투입된다.

▲자동차 포렌식 기술 구조. (대검찰청)
▲자동차 포렌식 기술 구조. (대검찰청)

전장부품‧스마트폰 동기화 데이터 수집…스마트홈 확장

이미 자동차는 자율주행,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단순한 운송‧교통수단을 넘어 탑승자의 디지털 기기나 교통관제 인프라 등 주변 환경과 연계돼 통신하는 하나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성명불상 피의자가 차량을 절도해 무단으로 운행하다 사고를 내고 ‘뺑소니’ 도주한 사건에서 절도 차량과 페어링(블루투스 기기로 서로 연결해 동작) 된 스마트폰 정보를 확인, 피의자 신원을 특정하고 해당 스마트폰 실시간 위치추적을 벌여 검거한 사례가 있다.

또한 피의자가 차량을 운행한 시간에 조수석의 착좌 센서 로그, 조수석 창문 조작 로그 기록 등으로 동승자가 탑승하고 있던 사실을 파악해 피의자가 혼자 운전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알리바이를 탄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의 커넥티드카 시스템. (하만)
▲삼성전자 자회사인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의 커넥티드카 시스템. (하만)

나아가 자동차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네비게이션, 라디오 등 미디어 기기 수준에서 벗어나 차량 내부 및 외부의 각종 전자‧전기 장비들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탑승자가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와 연동한 커뮤니케이션, 웹 검색, 쇼핑, 스마트 홈 기기 제어와 같이 새로운 기능의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전장, 스마트폰에 동기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과학수사 기술 R&D에 착수한 검찰은 ‘자동차 포렌식’을 와이파이로 연결된 가전제품, 스마트 홈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송지안 대검 디지털수사과 수사관은 “추가적인 연구를 거쳐 자동차 이외의 스마트 홈, 스마트 그리드 등 임베디드 포렌식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포렌식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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