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미국은 왜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있는가

입력 2022-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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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미국의 산업정책이 거칠다. 많은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친 터프가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터프한 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n)’를 들고나올 때, 전문가들조차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같이 의욕은 앞섰지만, 치밀하지 않고 실익이 없는 말만 요란한 정치 구호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올해 3월 1일 연두 국정연설에서 “항공모함 갑판부터 고속도로 가드레일용 철강까지 모두 미국산을 쓰겠다”,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을 재건하며 납세자들이 돈을 쓸 때 우리는 미국산을 사겠다. 미국인들 일자리를 지지하기 위해 미국산을 사겠다”고 더 구체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서 올해 8월 들어서면서 ‘반도체 칩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연달아 서명하고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내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한하여 보조금을 주는 조치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부리나케 미국으로 달려가 바이든 대통령과 잠깐 면담이라도 하는 제스처를 취해야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으로 동맹국까지 팔을 비틀어 자국만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에 주춤하는 듯하지만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일관되게 자유무역 질서 수립을 주도하였다. 정부의 산업정책 개입을 반대하였고 다른 나라들의 산업지원, 덤핑수출에 대해서는 보복관세 등으로 저지하였다. 그러던 미국이 지금 180도 방향을 바꾸어 자유무역주의의 포기, 산업 보호주의의 강화로 나아가고 있다.

당장 부각되는 원인은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견제이다. 사실 반도체 칩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중국을 배제하는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영향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 미치는 형국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를 한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산업화를 지원하였다. 미국의 많은 자금과 기술이 현재 중국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국가,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서 보여주듯이 중국 정권은 더 강압적이 되고,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자유무역 질서의 과실을 독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중국 제조에 의존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취약성을 보여주었다.

결국 미국 내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가 오히려 미국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주장이 대두되었고 이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유무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비교우위이다. 미국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계속해서 발휘하고, 저임금의 개도국에서 미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하청 생산을 하여 다시 미국에 가져오면 소비자들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었다. 이는 몇십 년 동안 잘 작동하는 듯 보였으나 제조업이 사라지면서 일자리도, 미국 중산층도 사라지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또한 제조 시설을 해외에 이전한 미국의 기술 역량을 비롯하여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정체하는 동안 개도국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모방 생산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로 혁신 역량을 키워왔다. 한때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투자 금액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유지하였지만, 지금은 세계 9위로 밀렸다. 1990년에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37%를 담당했으나 지금은 12%에 그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결국 미국은 무리하게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심지어 외국의 제조 시설까지 끌고 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우리로서는 당황스럽지만, 몇 년 전부터 미국의 학계와 싱크탱크에서는 꾸준히 논쟁이 있었고, 지금 정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각국의 산업 정책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있는 학계의 연구와 분석,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뒤통수를 맞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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