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선대출·후탕감의 한국형 PPP, 유비무환의 재난위기 대비책

입력 2022-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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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영업 부진에 시달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부담한 경제적 피해는 엄청나다.

정부는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재난지원금과 긴급자금대출을 통해 지원을 제공하였다. 재난지원금은 일회성 보조금으로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이행되었다. 긴급자금대출은 재난지원금 1~4차와 병행하여 이루어졌다.

재난지원금은 전액 무상이므로 예산부담 때문에 규모를 키우기 어려웠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피해가 급증할 때 100만~3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은 위로금 수준에 불과하여 별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긴급자금대출은 전액 상환해야 하는 융자이므로 이자비용 및 원금상환 부담 때문에 규모를 키울 수 없었다. 코로나19 위기로 영업수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이 인건비,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지불하는 데 긴급대출금 2000만~300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2021년 7월 손실보상법이 제정되었고 3분기부터 손실보상제가 시행되었다. 손실보상제는 재난지원금과 달리 집합금지·영업제한 방역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에게 손실규모와 비례하여 맞춤형 보상을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손실보상제에 더하여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누적된 소상공인의 직간접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기 위해 2022년 5월 손실보전금을 도입하였다.

이로써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를 지원해 주는 예산의 규모는 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 포함) 31조6000억 원, 손실보상금 6조 원, 손실보전금 23조 원으로 총 60조6000억 원에 달한다. 예산규모가 60조 원에 이르지만 10여 회에 걸쳐 나누어 지원하고 매번 사후약방문에 그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23조 원이라는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된 손실보전금은 코로나19가 발발하고 2년이 지난 시점에 제공되어 이미 폐업했거나 도태된 소상공인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조기에 투입하였더라면 보다 많은 소상공인이 감염병 재난을 이겨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진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기를 놓치고 불길이 사그라진 다음에 대대적으로 소방차를 보낸 격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미국의 PPP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PPP 프로그램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의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급여보호 프로그램)는 보조금 성격이 가미된 탕감형 대출(Forgivable Loan)로, 대출자금으로 종업원의 급여비용을 지출하면 원금에서 탕감해준다. 미국 정부는 재난위기 초기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PPP를 통해 대대적으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경영안정과 동시에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었다. 미국의 PPP는 사전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사후에 채무를 탕감하여 상환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효과적으로 재난위기에 대응하는 제도로 인정받았다. 선대출 후탕감 방식으로 재난지원금과 긴급대출을 결합한 PPP는 단순한 금융지원 수준 이상의 직접적 지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재난위기 초기에 대출해 주고 사후에 탕감해 주는 한국형 PPP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재발할 경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과 고용유지를 위해 먼저 과감히 대출하여 유동성을 채워주고 그 이후에 적정요건을 충족하는 지출을 이행하면 이를 재난지원금으로 간주하여 대출금에서 탕감해 주는 것이다.

현행 지원제도를 그대로 놔두면 새로운 재난이 닥쳐왔을 때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따름이다. 매출감소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소액의 재난지원금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상환능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대출금 확대도 현실적이지 않다. 사후적으로 손실보상금과 손실보전금을 제공하는 것은 뒷북치기에 그친다.

그러므로 재난지원금, 긴급자금대출, 손실보상금, 손실보전금 등을 통합하여 재난위기 초기에 먼저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 주고 사후에 적정요건에 해당하는 지출 금액을 지원금·보상금·보전금 명목으로 일괄 탕감해 주는 종합지원 프로그램이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재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메르스, 신종플루, 사스와 같은 감염병이 닥쳐왔듯이 앞으로 어떤 유사한 재난이 재발할지 알 수 없다. 그때 가서 지원대책을 마련한다고 당황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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