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첩첩산중 환율 ‘1400원’ 돌파…자본시장 악재만 가득

입력 2022-09-22 09:20 수정 2022-09-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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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hyunho@)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6원 오른 139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현호 기자 hyunho@)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6원 오른 139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결국 1400원을 뚫었다. 고물가·고금리시대에 ‘환율 1400원’은 한국 경제를 지옥문 앞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은 증가하는데 수출 증가세는 둔화해 5개월째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공행진하는 환율과 둔화한 기업 실적은 외국인 ‘셀 코리아’를 부추기고. 국내 자산의 가치를 끌어내린다.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398.0원에 개장했다. 이내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1400원 돌파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1400원대가 몰고 올 파장을 막기 위해 ‘구두 개입’과 ‘실탄 개입’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2월 말에만 해도 1100원대 후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미국이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을 차례로 밟으며 기준금리를 올리자 3월부터 환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6월에는 1300원대를 돌파했고 3개월 만에 1400원대마저 뚫었다. 1997년 외환 위기(최고 1962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최고 1570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환율 충격이다.

실물-금융 복합위기 심화 우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하방 압력을 키운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을 잡기도 어려워진다.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이 줄어든다. 기업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부담은 수출증가를 상쇄한다.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도 위축될 수 있다. 이는 다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임계수준을 초과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자본시장에도 치명적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주식, 회사채 등의 위험자산을 팔고,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매입한다. 주가지수와 회사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매도할 개연성이 크고, 이는 원·달러 환율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상품 운용 과정에서 추가 달러 증거금을 요구받아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초래하는 등 외환시장의 쏠림 우려도 제기된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복병이 될 수 있다. 무역수지를 보면 우리 경제의 어두운 미래가 나타난다. 9월 1~20일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경제계에서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281억7000만 달러(약 3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연간 기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33억 달러 적자), 외환위기 직전 1996년(206억 달러 적자)을 웃도는 것이다. 195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역과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큰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무역수지가 개선돼 외화 유입이 늘어야 원화 값이 안정될 수 있다. 연이은 무역 적자는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외국 자본의 국내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특정 월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다음 달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보다 평균적으로 28.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률은 75.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경연은 “무역수지 감소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환차손 우려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율 얼마나 갈까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으로 1400원대로 보고 있다. 전경련이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 최고가를 평균 1422.7원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강달러 현상을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1400원 이상에서 환율 유지될 공산이 크다”며 “겨울철 유럽 천연가스 문제가 재차 불거진다고 하면 환경은 또 달라질 수 있어서 환율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는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과 중국의 수요 둔화 등으로 5개월 연속 적자인 무역적자가 더 확대되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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