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서울 보류지

부동산 시장 한파에 유찰 이따라
'e편한세상 청계' 시세보다 2억↓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아파트값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서울 보류지 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보류지는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어 부동산 시장에서 알짜 투자처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한파가 이어지면서 보류지 역시 수차례 유찰되고, 가격도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용두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1일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 보류지 4가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전용면적별로 △59㎡A형 1가구 △59㎡B형 2가구 △84㎡A형 1가구다.

이 단지는 앞서 2019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33.41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번 매각에 나온 전용 59㎡A형과 59㎡B형은 각각 32.04대 1, 21.75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최고 경쟁률이었던 전용 51㎡형은 279.50대 1에 달했다. 단지는 지난해 11월 준공 후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보류지 매각 물량은 신축임에도 주변 구축 단지들보다 낮게 책정됐다. 전용 59㎡B형의 최저입찰가는 11억6500만 원이다. 바로 옆 준공 8년 차 ‘왕십리 뉴타운 텐즈힐 1단지’ 전용 59㎡형이 지난해 12월 14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3500만 원 낮은 것이다. 현재 이 평형 호가는 16억 원 수준이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형 최저입찰가는 14억4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역시 텐즈힐 1단지 전용 84㎡형이 7월 15억4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500만 원 낮다.

이처럼 최근 서울 곳곳에서 보류지가 가격을 낮추는 추세다.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조정을 받는 탓이다. 실제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올들어 단 한 건도 매매된 바 없다.

매각을 수차례 실패했던 응암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결국 최근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보류지 가격을 낮춰 내놨다.

조합은 지난달 17일 해당 아파트 보류지 전용 59㎡형 1가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최저 입찰가격은 9억3000만 원으로 책정했다. 해당 매물은 앞서 4월부터 세 차례 걸쳐 10억3000만 원으로 책정해 매각에 나섰지만, 유찰이 계속되면서 결국 몸값을 낮췄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이 지난달 9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000만 원 내린 셈이다.

동대문구 용두동 D공인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어 이 일대도 거래가 뜸한 상황”이라며 “보류지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매수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류지는 조합이 분양상황 변화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조합 몫으로 남겨둔 물량을 말한다. 매각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며, 만 19세 이상 개인이나 법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