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인증여’도 ‘유증’처럼 철회 가능”

입력 2022-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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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성질을 가진 ‘사인증여’도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규정이 유추적용돼 철회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근저당권말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B 씨와 사이에 출생한 혼외자 C 군에게 부동산을 사인증여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해주면서 해당 부동산에 대해 B 씨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이후 A 씨와 B 씨의 관계는 어긋났고, A 씨와 C 군의 관계도 단절됐다.

A 씨는 가정법원에 B 씨 등을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A 씨가 C 군을 친생자로 인지하고, B 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 C 군이 성년이 될 때까지 A 씨가 양육비를 지급하는 등의 조정이 성립됐다.

이후 A 씨는 사인증여를 철회한다고 주장하면서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유증의 철회를 인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을 준용해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사인증여는 생전에 증여계약을 맺고 증여자가 사망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유증은 유언으로 재산을 무상으로 상대방에게 주는 행위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에 해당한다.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서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계약’의 성격을 가진 사인증여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판단 대상이 됐다.

1심은 “사인증여는 비록 계약이지만 증여자가 사망하기까지는 수증자에게 확정적인 지위 또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고 증여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도 “원칙적으로 유언의 철회 규정이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 없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을 준용해 사인증여의 철회를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1심과 다소 다른 판단을 하면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사인증여계약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해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규정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사인증여와 유증의 실제적 기능이 다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인증여의 철회가 허용된다는 법리를 처음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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