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이상한 행보…'곳간'에 현금 채우고 빚 잔치

입력 2009-03-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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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빚 1년새 106% 급증…이익유보율도 2000% 초과

대기업들의 자금을 둘러싼 행보가 이상하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부채가 늘고 있지만 이와 비례해 현금보유액도 갈수록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10대그룹 산하 비금융 상장기업의 재무상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순차입금 총액은 36조440억원으로 전년 말의 17조6287억원에 비해 104.5%, 18조4153억원 급증했다.

순차입금은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유동성 장기부채 등을 합친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으로, 현금 등을 감안해 기업이 순수하게 진 빚이라고 할 수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17조3436억원으로 전년 말의 11조1996억원보다 6조원 이상 증가해 순차입금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SK그룹 다음으로는 항공산업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한진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순차입금 규모가 커 각각 6조7555억원, 6조7506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인 현대제철과 해외 생산역량을 공격적으로 늘린 기아차의 순차입금이 크게 늘어 지난해 말 5조8792억원으로 전년 말의 3조2746억원보다 79.5% 급증했다.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GS그룹(비상장사 GS칼텍스 포함)으로, 2007년 말 3434억원이던 순차입금이 작년 말 3조1658억원으로 821.9%나 급증했다.

이는 주력회사인 GS칼텍스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과 원화가치 급락으로 원유 도입에 필요한 자금이 많이 늘어난 데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순차입금이 대규모로 발생한 것은 최근 세계경기침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수년 새 무리한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나선 것이 원인이라는 것. 재계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인수자금 마련 등 정상적 경영활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불황기 극복을 위해 현금을 쌓아두면서 빚도 늘고 곳간의 현금도 늘어나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100대 기업 중 재무제표가 공개된 75개사의 지난해 말 현재 이익유보율은 평균 2258.8%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의 유보율 2086.6%에서 172.2%p(8.3%) 올랐다.

이익유보율은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눠 산출한 것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거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 가운데 투자를 하거나 주주들한테 배당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회사에 쌓아두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해 투자 여력이 있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여윳돈이 생산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SK텔레콤으로 무려 2만8539.7%에 달했다. 즉 잉여금 규모가 자본금의 280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이어 롯데제과(2만5509.5%), 삼성전자(7367%), KCC(6196.3%), 포스코(6178.1%) 등의 순이었다.

유보율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대한통운으로 2007년 754.2%에서 지난해 2353.4%로 212.0%나 급증했다. 이어 한진중공업 166.8%, CJ제일제당 137.3%, SK네트웍스 74.5%, 효성 66.2% 등의 차례로 유보율이 크게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 경기침체로 제품 수요가 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최대한 현금을 보유하면서 위험한 순간을 대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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