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대통령 지지율과 한국 정치의 순차게임

입력 2022-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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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전략 수정을 기대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던 시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수준이라니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 역시도 하향세를 보여 더불어민주당에 추월을 당했는데,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 지지율보다 8~10%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라 한다. 즉, 상당수의 여당 지지자들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한국 정치의 기나긴 순차게임(sequential game) 속에서 선택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정부의 선택은 정부·여당의 미래 보수(payoff)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기 초반 내각 구성과 정책 수행 결과는 2024년으로 예정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해당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구조 타파 여부는 임기 후반부 국정 운영의 동력을 결정지어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의 결과에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긴 여정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내각 구성과 정책 수행의 힘이 되어주는 대중의 지지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러한 측면에서 최적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선택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차게임에서의 최적 선택은 ‘역사(history)’라 불리는 과거로부터의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이 바로 ‘입학연령 하향조정’이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과거 복수의 정부에서 고려되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던 이 정책을, 사전 의견수렴 과정 없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만 5세의 아동에게 어린이집 수준의 공교육을 제공하는 미국의 방식과 달리 학년 편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입학연령만을 낮추는 방식으로의 제도 변경은 아동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대중과 전문가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 정부에서의 정책 논의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았더라면 이렇게 성급한 정책 발표로 대중의 원성을 살 일은 없었을 것이고, 교육부 장관이 조기 사퇴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도 비슷한 경우이다. 군사독재 시기를 지나오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에 대한 요구가 커져 갔기에 1991년 당시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의 업무에서 ‘치안’을 제외하고 경찰 인사 및 예산 관련 결정을 국가경찰위원회로 돌리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검수완박’으로 늘어난 경찰의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며, 행안부 아래에 경찰국을 만들고 경찰에 대한 인사와 예산 결정을 정부에서 주도하겠다 한다. ‘상대적으로 권한이 줄어든 검찰’ 출신 대통령이 민주화의 흐름 속에 세워진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약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경찰과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명분이 상당히 부족해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여당의 내전이다. 이전 정부의 일과 군사정권의 역사는 본인들이 주체가 아니어서 몰랐거나 잊었다 하더라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직접 겪은 일을 잊어버린 듯한 전략적 선택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선 기간 중 유일하게 열세에 놓였던 시기처럼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이미 전쟁이 끝나고 전리품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공과를 가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것도 서로의 과오에만 집중해서….

하지만 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차기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으로 이어지는 긴 순차게임을 승리로 이끌어가야 하고, 국가는 팬데믹 이후 사회·경제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전리품을 나누고 좌우를 따질 때가 아니라 위기를 수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명분을 확실히 하고 대중을 설득해갈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역사’를 무시하고 과거를 잊은 채, 현재의 권력에 심취해 내전을 벌이기에는…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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