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드라마 ‘안나’.

입력 2022-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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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혼자만 보는 일기를 쓸 때에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쿠팡 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오프닝 멘트이다.

쿠팡플레이는 모기업 쿠팡이 회원 유치를 위해 만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다. 그동안 ‘SNL(Saturday Night Live)’을 자체 제작하거나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다시보기 등으로 대규모 소비자 유입을 기대했으나 대박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가 이번에 드디어 ‘안나’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제작비도 화제다. 알다시피 쿠팡은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이번엔 작심하고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했다. 주인공 배수지(안나 역)에게 상당 액수의 개런티를 지급했다는 후문이다.

‘안나’는 ‘리플리 증후군’을 바탕에 깔고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거짓말에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의학용어로는 ‘공상허언증’이라고 한다. 미국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 발표한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의 소설 속 인물에서 유래했다. 1960년 프랑스의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로 만들어져 신인 배우였던 알랭 들롱을 전 세계의 팬들에게 소개했고, 1999년에는 맷 데이먼과 귀네스 펠트로 주연의 ‘리플리’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안나는 리플리증후군 환자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속도에 있다. 흔히 보는 드라마에서 주변 상황을 설명하거나 캐릭터의 심리를 쌓아가는 과정이 과감하게 생략된 채 오직 이야기에 직진한다. 가히 ‘로켓 쿠팡’다운 속도다. 아이돌 스타 출신 수지의 연기력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동안 뜸했던 그녀가 적역을 맡아 오랜만에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 안나가 수지인지, 수지가 안나인지 모를 정도의 연기다.

잘 보이고 싶고 잘 살고 있다는 관종 욕망을 우리는 SNS를 통해 충족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리플리와 안나는 계속 만들어질 거다. 그러나 결국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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