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쟁이 정치인, 빚쟁이 영끌족

입력 2022-07-17 15:26 수정 2022-07-1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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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늘 정치인에 의해 취사선택된다. 정부의 입을 빌려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또한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2030, 특히 2030 남성들에게 빚을 졌다. 당시 해당 집단은 윤 대통령의 승리를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착실히 빚을 갚아왔다. 그는 여당 의원을 통해서나 국정과제 세부 이행계획서 등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가상자산 ICO(Initial Coin Offeringㆍ초기코인공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4일에는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진행, 주식ㆍ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을 위해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유예기간 이자를 대폭 줄여준다는 정책을 발표해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형평성 논란은 늘 '을'들의 전쟁으로 흘러간다. 한정된 자원, 특히 정부나 사회에서 지원하는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대개 '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와 여성혐오 논쟁이 그랬고, 청년 정치인 자질 논란이 그랬으며, 이번 취약 청년층 금융 지원이 그랬다.

금융위의 입장도 일견 당연하다. 2030 청년들의 채무 부실은 심각한 상태다. 금융위 발표에 따르면 주요 10개 증권사 기준 2030 청년의 신용융자 잔액은 2020년 6월 말 1조9000억 원에서 2021년 6월 말 3조6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30 청년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주식ㆍ가상자산 투자를 부르짖어왔고, 저금리 기조를 타고 전체 가상자산 투자자 중 55.0%를 2030이 차지하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망치를 들겠다는 금융위의 입장이 합당하게 들리기도 하는 이유다.

한편 능력 내에서, 착실히 빚을 갚아왔다 주장하는 이들은 금융위와 정부의 대안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제 편이 많을수록, 취약 계층(을)처럼 보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빚을 탕감하거나 정치적으로 우선순위를 제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금융위와 정부의 대답 또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년층의 기준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운영하겠다"지,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대답은 아니었다.

빚쟁이 정치인의 정책 취사선택이 나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이 보다 '을'임을 주장하는 경쟁을 촉발한다. 독재와 산업화를 거쳐 현재 폐지를 줍는 7080이 을인가, 민주화 운동과 IMF를 직접 겪고 '꼰대' 소리를 듣는 4050이 을인가, 아니면 단군 이래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도 제집 마련 하나 하지 못해 주식과 가상자산에 올인하는 2030이 을인가.

이런 을 경쟁 속에서 저금리 기조 속 무차별하게,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의 잘못은 가려진다. 투자자를 현혹해 떼돈을 버는 주식ㆍ가상자산 시장의 병폐는 잊혀진다. 영끌족의 채무를 탕감하겠다 나서기 전에, 정치권 스스로 진 빚을 탕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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