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공포의 균형’ 없이 북의 핵위협 막을 수 있나

입력 2022-07-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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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언제든 핵실험을 강행할 준비를 마친 건 틀림없는 것 같다. 2018년 5월 폭파쇼를 벌였던 함경북도 길주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의 갱도도 다시 열렸다.

북은 2017년 9월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끊임없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완성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언했던 모라토리엄(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을 지난 3월 파기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거듭했다. 최근 북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방부대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추가했다. 김정은이 대남 전술핵무기 배치와 선제타격 지침을 내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 핵무기의 우선적 타격목표가 남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핵위협은 노골적이고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 국민 생명과 안전이 실존적 위기에 처한 상황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치명적이다. 어떻게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나. 우리는 선제타격용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등 3축 대응체계를 내세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지난 6일 충남 계룡대에서 첫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고 “군은 북의 도발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하라”는 주문과 함께, “독자적인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으로 북의 핵·미사일 위협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축 체계로 미흡하고 불안하다.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모든 방어역량을 통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공약을 확인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처음 명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이든의 직설적인 ‘핵대응’ 언급은 북의 위협이 현재화(顯在化)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북이 오판할 경우 자신들의 파멸을 피할 수 없음을 단호하게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미국의 확장억지 전략을 믿을 수 있는지, 북의 핵도발을 막고 남한의 항구적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확장억지 수단은 주로 재래식 무기나 미사일방어 시스템이고, 지난 1991년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한 이후 핵대응 의지는 약화됐다. 미국은 북이 도발할 때마다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북은 핵무기를 완성하고 미사일 도발 수위를 계속 높여 왔다. 확장억지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이제 북의 핵무력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준까지 고도화되면서 확장억지 무용론(無用論)도 나온다.

핵은 모든 재래식 무기의 우위를 무력화하는 비대칭 전력의 핵심이다. 역설적으로 전쟁을 억지하는 궁극의 무기다. 핵 보유국의 어느 한쪽이 먼저 핵을 쏘면 상대 또한 핵으로 보복공격에 나서 결국 모두 공멸하는 두려움으로 전면 전쟁을 피한다. 이 같은 상호확증파괴 논리에 따른 ‘공포의 균형’으로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오랜 기간 큰 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해 왔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이를 두고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의 시대’로 규정했다.

북의 핵위협에 맞설 수 있는 우선적이고 가능성 있는 대안은 미국이 남한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핵우산이다. 아직 미국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유럽에는 지금도 150기 이상의 미국 전술핵이 배치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공유한다. 미국이 아무리 남한에 대한 확장억지를 강조한다 해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동맹은 서로 확실한 안보이득이 보장돼야 지켜지고 지속 가능하다. 이전의 미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꺼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유린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은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이 없는 국가의 평화가 얼마나 모래성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북의 핵은 치명적인데 우리 안보의 버팀목은 허술하다. 북은 서슴없이 ‘핵참화’의 극단적 협박을 일삼는다. 북이 핵무기를 스스로 내려놓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결국 대한민국 평화를 지킬 마지막 지렛대는 공포의 균형이다. 솔직하게는 북이 핵을 쓰지 못하게 할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이다. 지난(至難)한 일이고 지정학 구도에서 비현실적인 이유도 많다. 그럼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이라도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세계가 신냉전(新冷戰)으로 치닫고, 우크라이나 비극이 일깨운 우리의 벼랑 끝 안보위기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프랑스의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샤를 드골은, 1961년 존 F 케네디를 만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독자적인 핵개발의 명분을 얻어냈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북의 핵을 용인해왔다. 김정은의 핵단추에 대한민국이 지배당하는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나.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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