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가상화폐에 멍든 청년들

입력 2022-06-22 05:00 수정 2022-06-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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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를 ‘코인충’이라고 욕한다. 하지만 나는 일확천금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흙수저로 태어난 고된 삶에서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 노력이 가상화폐라고 비웃음을 받고 싶진 않았다.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다. 매일 밤 가상화폐가 언급된 외신, 전문가 블로그, 유튜브를 빼놓지 않고 확인했고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소액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속절없이 무너지는 시장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상화폐 투자로 큰 손해를 봤다는 후배의 말에 혼을 냈다. 어려운 그의 형편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그의 속내를 듣고 마음이 더 쓰렸다. 지방에서 홀로 상경해 4년 대학 생활을 마치고 취직까지, 서울살이가 벌써 15년을 넘어간다는 후배는 서울 한 구석, 제 한 몸 누일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이 너무 아득해 가상화폐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후배만이 아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올해 초 가상화폐 앱 순이용자 300만 명 중 2030세대가 60%에 육박했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 주위에서 가상화폐에 관심이 없는 2030세대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가상화폐로 돈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쉽게 돈 벌려다 꼴 좋다” “그럴 줄 알았다” “세상에 공돈은 없다”며 동정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이들도 억울하다. 이들을 수식하는 단어 중 하나는 ‘부모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다. 그런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난 덕에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단다. 날 때부터 고착화된 ‘수저 계급’은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바꾸기도 불가능한 세상이 돼가고 있다.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할 젊은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그들에게 먼 세상으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희망의 동아줄이 등장했다. 가상화폐였다. 가상화폐 투자로 누구는 20억 원을 벌었다더라, 친구의 친구가 큰 돈을 벌어 벌써 은퇴했다더라, 회사 선배가 강남에 집을 샀다더라 등의 ‘카더라‘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도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가상화폐의 본질적 가치나 내재가치 등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그저 돈을, 그것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처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접근은 ‘한탕주의’로 흘러갔고,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코인에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빚투’까지 나섰다.

결과는 처참했다. 그럴 줄 알았다며 사람들은 손가락질 했고, 이들은 좌절했다.

이들을 무조건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30세대의 무분별한 투자를 이들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왜곡됐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미비한 상황이다. 수조 원의 자금이 들어간 가상화폐가 불과 2~3일 사이에 휴지 조각이 됐음에도 관련 처벌법도 제대로 없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명확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뿐이다. 희망보다 좌절을 먼저 맛봐야 했던 젊은이들의 한때의 실수를 홀로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 따끔한 질책 대신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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