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문자폭탄에 피로감 호소하는 유권자들

입력 2022-05-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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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으로 시청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 오 씨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춤추는 장면이 나오려는 순간, 휴대전화 화면이 발신 전화 화면으로 전환됐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 홍보 전화가 와서다. 그 후엔 두 번, 세 번, 네 번. 비슷하지만 조금씩 형식으로 여러 후보자에게 선거 문자가 왔다. 오 씨는 급격히 피로해졌다. 그는 “한창 재밌게 보던 영상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홍보 문자와 전화가 ‘폭탄’ 수준으로 빗발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무려 7개의 선거가 한 번에 시행됩니다. 이에 각 후보자가 한 번씩만 홍보 문자를 보내도 유권자들이 받는 연락은 수십 건이 될 가능성이 크죠.

최대 8개 선거 전화·문자에...유권자들 ‘몸살’

이번 선거는 △광역단체장(시·도지사) △기초단체장(자치구 시·군의 장) △교육감 △지역구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을 한 번에 선출합니다. 심지어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도 있는 곳이라면 총 8개까지도 선거가 치러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 선거 당 출마하는 후보자 수는 대부분 여럿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 각각이 선거 관련 문자 하나씩만 발송해도 유권자 입장에선 ‘문자 폭탄’과 ‘전화 폭탄’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간혹 타 지역구 후보들까지도 마구잡이로 문자나 전화를 할 때면 유권자들은 더욱 피로하겠죠.

▲이 모씨가 제보한 선거 홍보 문자들. 이 씨와 연고가 없는 곳의 후보자 문자가 꾸준히 발송되기도 했다. (손민지 기자 handmin@)
▲이 모씨가 제보한 선거 홍보 문자들. 이 씨와 연고가 없는 곳의 후보자 문자가 꾸준히 발송되기도 했다. (손민지 기자 handmin@)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씨는 “내 지역구 후보자도 아닌 후보들이 자꾸 문자를 보낸다”면서 “그나마 문자는 무시하면 그만인데 전화는 여러 번호를 돌아가면서 계속 오다 보니 직장에서 전화 받을 일이 많을 땐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물론 한 사람에게 규정된 횟수 이상의 ‘문자 폭탄’을 날린다면 이는 선거법 위반입니다. 선거법상 업체를 통한 자동 문자 발송은 1인에게 최대 8번까지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입니다. 업체의 대량 문자 발송 시스템만 규제하고 있다 보니 개인 휴대전화로 20인 이하에게 문자를 보낼 땐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때문에 선거캠프는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량의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때는 그야말로 ‘문자 폭탄’을 날리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내 번호 어떻게 알고...개인정보 침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유권자들은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며 개인정보침해가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연고가 전혀 없는 타 지역구 후보자들이 보내는 홍보 문자가 많아 불안하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한 부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정보 수집 과정에 불법성이 없다면 전화나 문자 홍보는 허용된 선거운동 방식입니다.

물론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업체를 통해 문자를 발송하면 아무 숫자나 입력해 무작위로 전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는 개인정보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타 지역구 후보자들이 선거 홍보 연락을 보내도 이런 방식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은 개인정보 침해 여부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제발 그만 해”...선거철 반복되는 문자·전화 폭탄

사실 이런 문제는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됐습니다. 앞서 제20대 대선에서는 허경영 당시 대선 후보의 전화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허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전국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로 시작하는 전화를 돌렸습니다.

▲(출처= 허경영 페이스북)
▲(출처= 허경영 페이스북)
유권자들은 처음에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뒷번호만 바꿔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괴롭다”는 유권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3월 허 후보가 페이스북에 전화 홍보를 언급하며 “3번 이상 전화를 받은 기록이 있는 분은 청와대로 초청해 직접 허경영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선거 홍보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유권자들의 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의 5의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보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 의사에 반해 선거운동 목적의 정보를 전송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는 ‘수신 거부권’을 보장받기 위해 유권자가 발신자에게 수신 거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야 하죠.

따라서 유권자들이 좀 더 편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차원에서 권리를 보장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입법을 하자는 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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