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상처를 안은 사람들

입력 2022-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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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누구든 살아가면서 고난이 만들어낸 희로애락의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자연재해와 더불어 사회적 재난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트라우마’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곤 한다. 개인이 트라우마를 겪으면,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 수시로 떠올라 공포감을 느끼며 과도하게 예민해져 극심한 불안과 같은 급성 스트레스 징후를 겪게 된다. 이런 고통이 트라우마 사건 후 1개월간 지속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무력감과 우울함이 지속하고 일상생활과 사회기능이 위축되는 장애가 동반된다. 반면에 트라우마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더 큰 성장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개인도 그렇지만 사회도 트라우마에 따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인은 일제에 의해 35년간 수탈을 당했고 곧이어 6·25라는 전쟁을 겪었다. 그래서 77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에 대한 예민반응은 여전히 표출되고 있으며, 동족상잔의 비극 70년 후에도 개인과 사회의 모습에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여전히 기록되고 있으며, 역대의 대통령들이 저격당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거나 퇴임 후 구속되었다. 전쟁 이후에 우리 사회는 급성 스트레스 징후를 안고 세계 경제 10위권의 고도성장을 이루어 냈음을 자부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예민하고 불안하다는 사실은 회피되고 있다. 회피는 저항의 한 형태이다. 고통에 대한 회피는 우리 삶의 고난을 더 가중시킨다는 것을 “고난=고통×저항” 공식을 통해 알 수 있다.

재작년 봄에 우리마을에 입소하였던 승철 군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그는 어린 시절에 누나와 함께 탈북하였는데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북에 두고 온 모친을 사뭇 그리면서 우울과 무력감에 시달렸던 승철 군은 그해 가을에 비로소 퇴소하여 독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승철 군이 지역의 폴리텍대학으로 최근에 입학하여 기술을 배우면서 취업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그가 겪어낸 고난의 열매가 하나둘 맺히고 있음을 “성장=고난×수용” 공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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