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사의견 비적정’에 ‘피눈물’ 흘리는 51만 개미들

입력 2022-04-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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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자본시장 2부 기자.
▲박기영 자본시장 2부 기자.

지난 한 달간 51만여 명의 개미(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2조 원이 넘는 주식이 거래 정지당하면서 개미들 역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는 회사가 외부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탓이다.

구체적으로 숫자를 살펴보자. 51만9755명, 올해 새롭게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코스피·코스닥 20개 상장사 소액주주 숫자다. 2조1271억 원,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총 주식의 가치다.

이는 지난 2월 기준 서울 강남구 주민 전체(53만3286명)와 유사한 숫자다. 만약 어느 독재 정권이 강남구 주민 전체에게 한 달 월급(409만 원)을 일괄 압류했다고 생각해보자. 4인 기준 가구 단위로 보면 한 가구당 약 1637만 원이다.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아니, 폭동을 일으켜야 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증권업계에서는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거래정지를 ‘안전장치’라고 설명한다. 존속 능력이 없는 기업을 자연 도태시키는 과정이란 주장이다. 수익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어진 이런 ‘몇몇 종목’이 ‘폭탄 돌리기’에 쓰이기 전에 가지치기하듯 퇴출함으로써 전체 시장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보유 주식이 거래 정지된 개미 입장에서 보면 속이 타들어 간다. 감사의견 거절 배경은 대부분 자산이나 비용에 대한 ‘증빙 미비’다. 한마디로 돈은 썼는데 누군가 ‘꿀꺽’했는지, 제대로 썼는지 분간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배임ㆍ횡령 이슈와도 직결된다.

개인 투자자가 회삿돈 증빙 여부나 배임ㆍ횡령 여부를 알고도 투자했다면 억울하지라도 않다. 개미들을 욕심에 눈먼 도박쟁이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들이 도박쟁이라면 금융감독원은 왜 존재하나. 검찰ㆍ경찰은 어디서 뭘 했나.

투자는 최소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부 감사인도 감사 과정에서 미비점이 발견될 경우 주주에게 미리 알리고, 회사는 ‘주인들’에게 이를 해소하는 과정 역시 공개하면 해결될 일이다.

감사과정 공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감사의견 전망제’를 제안한다. 회사가 외부감사 진행 중간에 이슈를 정리해 ‘감사의견 전망’을 내놓는 것이다. 전망과 다르게 비적정 의견을 받게 된다면 배경을 해명하고, 부적절한 착복이 발생한 경우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거래 정지는 감사의견이 나온 후에 해야 옳다.

법리 검토도 없고 실무자의 고생도 염두에 두지 않은 제안이다.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누군가 책상에서 바라볼 땐 협소하고 국지적인 부분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쳐 내야 할 가지’이자 ‘협소한 부분’이 누군가에겐 삶이고 희망이다. 지금은 더 좋은 대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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