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박재범 원소주'는 온라인서 파는데 '백세주'는 왜 안되지?

입력 2022-03-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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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원소주. (연합뉴스)
▲박재범 원소주. (연합뉴스)

우리에게는 래퍼로 익숙한 박재범이 최근 주류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일명 '박재범 소주', '원소주'를 론칭하면서 원스피리츠 대표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박재범 대표의 소주 예찬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2018년에 낸 싱글앨범 노래 제목은 아예 'SOJU'이기도 했죠. 한 인터뷰에서도 "당시 주변에서 너만의 브랜드를 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오래 준비한 브랜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 아래 출시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원소주가 마침내 지난달 더현대 팝업스토어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병당 1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오픈런' 현상이 빚어지며 초도물량 2만 병이 일주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가로수길에 2차로 문을 연 팝업스토어 행사 역시 1만 병이 완판되며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일견 원소주의 인기비결은 '제이팍(JAY PARK)'의 후광효과 덕분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소주는 일반 주류 종목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유통판매가 가능하다는 건데요. 와인이나 소주, 일반 막걸리 등은 배달로 구매할 수 없는 반면 원소주는 모바일로 주문해 바로 배달로 받아볼 수 있고, 기프티콘 거래도 불가능하기만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박재범의 '큰 그림'이 작용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죠.

▲원소주 원 모어 팝업스토어 공식 포스터. (원스피리츠)
▲원소주 원 모어 팝업스토어 공식 포스터. (원스피리츠)

박재범의 큰그림이란 뭘까요? 이를 파악하려면 우선 국내 주세법과 전통주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현행법상 주류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려면 전통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실제 주세법과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을 보면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 등을 전통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원소주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쌀을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역 특산주로 분류됩니다. 전통주산업법 제2조에 근거한 “인접 특별자치시ㆍ군ㆍ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에 부합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거죠. 원스피리츠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원소주 자사몰을 통해 온라인 물량을 대거 풀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픈런에 실패했거나 현장방문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휴대폰 터치 하나로 바로 집앞에서 원소주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거죠.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단 점에서 원소주는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소비의 중심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더 빠르게 옮겨갔습니다. 온라인 및 배달 시장이 활황하고 있고, 거리두기 정책 영향으로 홈술족도 크게 늘었습니다. 원소주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겁니다. 업계에서 "박재범이 머리를 참 잘썼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토끼소주. (대동여주도)
▲토끼소주. (대동여주도)

규제의 사각지대(?)를 잘 파고든 주류 품목으로 원소주 이외 '토끼소주'(Tokki Soju)도 있습니다. 토끼소주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미국인 브랜든 힐이 뉴욕으로 돌아가 2016년 조선시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주로, 온라인상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죠. '뉴욕여행 인증 술'로 인기를 얻으며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 소비자를 만나오다 2020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술입니다.

이 토끼소주의 창립자는 브랜든 힐로 놀랍게도 미국인 출신입니다. 하지만 브랜든 힐이 충북에 세운 법인을 통해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원물을 원료로 만들기에 토끼소주 역시 온라인 주류판매 규제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뉴욕 태생이지만 국내산 '전통주'로 인정받는 셈입니다. 현재 토끼소주는 쿠팡에서는 물론 카카오톡 선물하기도 가능합니다.

이런 현실에 일부 주류업자들은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기도 합니다. 규제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죠. 일반적으로 전통주 하면 떠올리는 국순당의 백세주, 광주요의 화요 등은 여전히 법률상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온라인 판매도 불가능합니다. 토종 주류기업들의 주류도 전통주로 취급이 안 되는데 외국산(?) 일부 제품들이 전통주로 분류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시장 장악은 소비재 기업들의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죠. 그러나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규제를 완화한 지 5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정작 토종 주류기업들은 소외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원소주의 성공을 마냥 웃으면서 바라보기 힘든 건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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