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하나

입력 2022-03-09 09:0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 시장 참여자로서 가장 두려운 용어 중 하나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여부를 진단하려면 높은 물가의 고착화 가능성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공급망 악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1분기 중에 인플레이션이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추가로 급등하고, 향후 임금과 서비스 물가 상승세로 이어져 고물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 가운데 코로나 이후 회복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오일 쇼크가 초래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해 보자. 1970년대는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외적 요인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성장 위주 정책에 기반해 통화 유통속도가 가팔랐고, 세계적인 동반 침체로 실질 수요가 위축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유가가 급등해 비용 요인이 상승했다. 이 시기 미국 연준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만큼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국제 유가는 코로나 이후 공급 부족에 따른 상승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전쟁으로 인한 공급 요인이 더해지고 있어 1970년대와 비슷한 양상이다. 물가 흐름의 경우 2000년대에는 헤드라인 물가가 등락해도 근원 물가의 변동성이 작았지만, 현재는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의 상승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 1970년대와 유사하다.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면서 하락한 정책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만큼, 1970년대와 같은 가파른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까? 이는 국제 유가로 대표되는 비용 인플레이션, 임금과 통화량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지속 여부에 달려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2분기에 정점을 형성하고 나서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다.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서 상품 물가의 상승세는 점차 둔화되겠지만, 위드 코로나로 인한 경제 재개방과 임금 상승이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의 방향성과 수준이 중요하다.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최근의 상승을 되돌릴 것으로 예상하나, 고유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노력에 따라 화석연료 투자가 줄어들겠지만, 에너지 전환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수시로 커질 수 있다. 높은 에너지 가격은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확대될 수 있어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가 둔화될까? 미국의 경기 개선 모멘텀은 다소 둔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OECD경기선행지수와 ISM제조업지수 등이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 민간의 자생력이 여전히 취약한데, 코로나 이후 미국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정부의 보조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정부의 보조금 중단 이후로는 가처분소득 증가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연준은 딜레마에 빠졌다. 2000년대에는 물가 안정 속에 성장을 중시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저성장 기조도 고려해야 한다. 연준이 물가보다 성장에 치우친 안이한 대응책을 제시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게 될 것이다. 연준은 올해 총 6차례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물가 수준인 7%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작다.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를 2.0~2.5%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어 발생 확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금융시장 움직임을 주도하는 시기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시장의 인식 차이에 따라 금리와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커질 수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김호중 소속사 대표 "운전자 바꿔치기 내가 지시"…김호중 대리 출석 녹취는?
  •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숨이 ‘턱’…신용점수 900점도 돈 빌리기 어렵다 [바늘구멍 대출문]
  • [노벨상 선진국 호주下] R&D 예산 GDP 0.5%인데…기초과학 강국 원동력은
  • AI 패권 도전한 日, 라인야후 사태 불 지폈다
  • 도마 오르는 임대차법, 개편 영향은?…"전세난 해소" vs "시장 불안 가중"
  • 中 본토 투자자 ‘거래 불가’…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 약발 ‘뚝’
  • 속보 "슬로바키아 총리, 현재로선 생명 지장 없는 상태"
  • [종합] 뉴욕증시 3대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 오늘의 상승종목

  • 05.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002,000
    • +6.23%
    • 이더리움
    • 4,197,000
    • +3.5%
    • 비트코인 캐시
    • 644,000
    • +6.89%
    • 리플
    • 722
    • +2.7%
    • 솔라나
    • 217,100
    • +8.17%
    • 에이다
    • 630
    • +5%
    • 이오스
    • 1,113
    • +4.7%
    • 트론
    • 175
    • -1.13%
    • 스텔라루멘
    • 149
    • +3.4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8,250
    • +6.71%
    • 체인링크
    • 19,300
    • +5.75%
    • 샌드박스
    • 612
    • +6.8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