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진흙탕 대선 이후

입력 2022-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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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학급 회장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다. 선거 며칠 전 화상전화로 "제가~ 회장이 된다면 3학년 2반을 위해서"라고 연습도 하고 나름 코치도 해줬는데 아쉬웠다. 속상할 만도 한데 밝게 웃으며 반장이 된 친구가 사교성이 좋다고 칭찬했다.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 2학기에는 회장의 꿈을 이루겠단다.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거대 양당이 내놓은 최선의 카드다. 하지만 이기고 보자는 식의 네거티브전이 막판으로 갈수록 격화되면서 양 측의 원색적인 공방전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ㆍ법인카드 유용과 불법 의전 논란,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ㆍ배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이 선거 막판까지 터져나오며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얻었다.

사전 투표가 이렇게까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검찰 고발이 잇따르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대선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6월 1일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열리지만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유권자들은 왜 지방선거에 무관심할까. 한두 명을 뽑는 게 아니라 선택해야 할 후보자도 많다. 유권자들은 이날 시도지사, 시장군수, 시도의원. 비례 시도위원, 시군구의원, 비례 시군구의원, 교육감 등을 뽑아야 한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선 후보 숫자도 많고, 일일이 후보자들의 공약을 점검할 여유도 없다.

시도지사 정도를 제외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처럼 언론에서 보도해주는 경우도 없으니 유권자들은 더 알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지역의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하고 후보자의 능력이나 공약보다 정당 인기를 이용해 쉽게 당선되기도 한다.

지방선거는 지자체의 살림과 지역 주민의 삶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 못지 않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물을 마시고, 직장이나 학교를 가기 위해 주변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고, 공원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한다. 서울의 25개 구만 보더라도 지역 현안이 다양하다. 또 공원, 병원, 체육시설 등도 다르다. 지역의 시설이나 복지에 따라 주민의 삶이 달라진다. 지역경제와 일자리도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지방선거는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식이다. 그 결과 다양성도 없고 정책의 경쟁력도 없고 지역 주민 의견 반영도 안되는 경우가 생긴다.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지역 주민들이다. 앞으로의 지방살림 4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한 일꾼을 뽑을 수 있는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선거를 하기 바란다. 후보자들은 대선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공약과 정책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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