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막전막후...대선토론부터 장제원 매형집까지 긴박했던 밤

입력 2022-03-03 11:15 수정 2022-03-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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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토론 때와는 달랐다.
빨간색 넥타이를 똑같이 매고 등장했다.
조롱도, 적대적 기류도 없었다.
토론 중간, 이따금 지원 사격도 했다.
그리고 새날 아침, 둘은 웃는 얼굴로 국민 앞에서 손을 잡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간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는 원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두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후보 단일화 선언문을 읽어내렸다.

이들은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저희 두 사람은 원팀(One Team)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 4년 반 동안 내로남불, 거짓과 위선, 불공정 등 비정상으로 점철된 모든 국정운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며 ‘국민통합정부’ 구상을 말했다. 요지는 △미래정부 △개혁정부 △실용정부 △방역정부 △통합정부다.

◇동색 빨간 넥타이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연합뉴스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연합뉴스

두 사람의 단일화 징후는 사전투표 전 마지막 TV토론 무대에서부터 있었다. 두 후보가 같은 색 넥타이를 매고 토론 무대에 오른 것.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열린 2차 TV토론 때와 비슷한 옷차림이었으나 안 후보는 윤 후보와 같은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넥타이 색깔에 주목하며, 복선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토론 분위기도 지난번과는 달랐다. 지난달 25일 2차 토론 당시, 안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마찬가지로 윤 후보에 공격적으로 날을 세웠고, 다당제·분권형 대통령제 논의를 할 때는 이 후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토론 후 ‘윤 후보와의 단일화 담판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담판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날 3차 토론에서는 윤 후보에 대해 각을 세우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 정책을 언급하면서 설전을 벌이는 듯 했지만, 세진 않았다. 안 후보는 철강업에서의 탄소 배출에 관해 윤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윤 후보가 “공학적인 프로세스는 잘 모른다”며 “안 후보께서 잘 아시면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대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민망한 듯 “강의를 하려고 여쭤본 것은 아니다”라며 겸연쩍어 하기도 했다. 어쨌든 토론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의 단일화는 영영 물 건너간 듯 했다.

◇긴박했던 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류가 바뀐 건 3일 새벽이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TV토론 직후인 2일 심야에 전격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 있는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에서 두 후보가 2시간 30분간 회동했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장 의원의 매형과 안 후보의 친분이 연결의 끈이 됐다. 이 자리에는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도 함께였다. 두 후보는 국정 운영과 정치 철학에 대한 생각 등을 공유했고, 안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윤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회동이 끝난 후 장 의원과 이 의원이 합의문 세부 문구 등을 조정했고, 안 후보와 윤 후보의 확인을 거친 뒤 3일 새벽 3시경 당 관계자들에게도 공유했다고 한다.

2일 심야부터 3일 새벽까지 몇 시간 동안 회동부터 합의문 작성, 공유까지 두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 후보는 3일 기자회견에서 “야권 단일화 결정 후 “늦어서 국민께 죄송하다, 늦은만큼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합의를 거절했는데 그동안 상황이나 마음의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때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었다.”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을 바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손해가 나더라도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도층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안 후보는 “제3당으로서 계속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는 걸 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 그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서 보답하겠다”고 했다.

◇아차!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빙 속에 거의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윤 후보와 3위 안 후보의 후보 단일화에 당장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노리고 계속 구애의 손짓을 해온 이 후보는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안 후보에게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였던 터다.

민주당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후보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호소했다. 우상호 의원은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장단 긴급 회의 후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다 지켜보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막판 변수가 하나 발생했지만 지금까지의 전략과 기조는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이 적임자라는 인물론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서 정순택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하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민생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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