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방역 비켜! K-방치가 온다”

입력 2022-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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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 부장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만5000명을 넘어섰다. 방역 당국에서는 이달 말이면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정점을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쯤 되면 방어선은 이미 무너진 셈이고 강압적 통제에 의존하던 K-방역의 실패를 인정할 만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7일 아침, 오랜만에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직접 주재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상황과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대응 방법과 체계를 보완하고 발전시켰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모범으로 평가받는 K-방역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구비례 누적 확진자 수와 누적 치명률 모두 세계 최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혹시나 싶었던 그 놈의 K-방역 타령은 역시나 빠지지 않았다. 방역의 목표가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이 아니라 늦게 걸리는 것인지 헷갈리는 유체이탈 화법도 행여 듣는 국민 섭섭할까 놓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미크론 대응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세종이 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었고, 그 시간만큼 오미크론에 맞춘 방역과 의료체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방역이 혹시 막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것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이라고 나온다. 그냥 막는 것도 아니고 ‘미리’ 막는 일이다.

대통령의 인식이 이러니 정부 대응은 이제 알고 싶지도 않을 지경이 되고 있다. 당국은 문 대통령 주재 회의가 끝난 뒤 새로운 방역·의료체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재택치료자 관리를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인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집중관리군’ 중심으로 개편하고, 재택치료 중 건강 모니터링 대상과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재택치료 키트 지급 대상도 집중관리군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방지에 집중하면서 정부·민간이 협력 대응할 수 있는 오미크론 맞춤형 방역·의료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모든 환자를 관리하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인데, ‘집중관리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살려는 드릴 테니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무지성 통제로 일관하던 K-방역이 가고 ‘K-방치’가 시작된 셈이다.(방역과의 형평성을 위해 사전을 찾아보니 방치는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의료 현장은 카오스(혼돈) 그 자체다. 의료기관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진단키트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할 수 있는 동네 병·의원 1천여 곳을 호흡기치료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발표했지만 첫날 가동에 들어간 곳은 200곳 남짓에 그쳤다. 그나마도 진단키트가 미리 준비되지 않아 검사에 차질을 빚는 곳이 속출했다.

정부는 그 병·의원 명단도 미리 공개하지 않다가 불만이 터져나오자 뒤늦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명단을 올렸다. 잔여 백신 처럼 포털 등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하는 방법을 놔두고 신비주의를 고수한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활치료 시설에서 확진자가 치료는커녕 기본 관리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재택 치료자는 사실상 내버려졌다고 해야할 지경이다. 치료는커녕 스스로 산소포화도까지 측정해가며 살아남아야한다.

난리 통에 중동 순방을 강행한 문 대통령은 귀국한 뒤 제대로 뒷북을 두들겼다. 6박 8일간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다가 새로 장만한 공군 1호기를 타고 전속력으로 돌아와 내뱉은 첫마디는 “속도가 중요하다”였다.

이 와중에 정부는 조만간 코로나19를 계절독감처럼 관리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확진자가 십만 명대 단위로 폭증해도 지금처럼 위중증·치명률이 안정을 유지할 경우 일상적 방역·의료 체계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K-방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우리는 그 과정도 잘 모른다. 알고 싶은 정보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알려주는 소통은 일방적이어서다.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야 달라진 해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실패를 언급하는 일을 불순한 의도로 여기는 듯하다. 본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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