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신자판’의 필요조건

입력 2022-01-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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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투신자판’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투자는 신중하게, 자기가 판단해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인의 감(感)을 따르는 건 대개 필패의 지름길이다. 추가 매수와 존중하며 버티는 일 사이에서, 손절과 익절의 가운데서 투자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듯, 아무런 근거나 정보도 없이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 이럴 때 누구보다 믿음직한 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다. 그들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주식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논한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개미들 사이에선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를 믿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견고하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저가 매수를 할 타이밍이라고 하고, 주가가 오르면 목표주가를 올려 잡아 추가 매수를 하라고 한다”는 불평이 쏟아진다.

틀린 말은 아니다. 증권사 종목 보고서에서 “팔라”고 말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종목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외 증권사 47곳 중 지난해 말 기준 ‘매도’ 보고서를 한 번도 내지 않은 곳은 29곳에 달한다.

반면, 매도 비율이 15%가 넘는 곳은 외국계 증권사가 대부분이었다. 외국계 증권사가 한여름에 “겨울이 왔다”고 단언할 때 국내 증권사는 “지금이 싸게 살 시점”이라고 말한다.

물론 항변의 여지는 있다. 증권사의 개별적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매도 보고서를 대하는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비우호적이라는 것이다. 기업과의 관계도 나빠질뿐더러 해당 종목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기 십상이다. 투자자의 거센 비난에 부딪힌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의견을 내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20년 가까이 증권업계에 몸담았던 한 애널리스트는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용기가 좌절되지 않으려면 투자자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성숙한 주식시장을 위해선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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