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퀵커머스 시대의 그림자

입력 2022-01-10 05:00 수정 2022-01-1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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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유통바이오부 차장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퀵커머스(근거리 즉시 배송)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빠른 배송은 점점 속도를 더하고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은 물론이고 ‘2시간 배송’까지 등장했고 신선식품을 비롯해 빵, 음료, 가구, 화장품, 패션까지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같은 배송을 위해 유통사들은 경쟁적으로 물류창고를 신축하거나 확보하고 있고, 코로나19로 매장을 찾는 비중이 낮아진 오프라인 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활용해 배송 전진 기지로 활용하기도 한다.

빠른 배송 서비스는 쇼핑의 편의성을 높여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자물쇠 효과’를 지닌다. 쿠팡이 멤버십 회원에게 주문 금액에 상관없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 중 하나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2025년까지 5조 원(추정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배송시간이 줄어들수록 그 이면의 그림자가 커지고 있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심야나 새벽 배송 중에 쓰러진 택배 노동자,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노동자 등의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배달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다 보면 당연히 대다수 배달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헐값 또는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배송비만으로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적자를 감소하더라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유통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속된 말로 ‘누군가 망해서 나가 떨어지면’ 그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빠른 배송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임금과 물류비가 나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현재의 가격으로 언제까지 빠른 배송을 유지할 수 없다. 대다수 유통기업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상황을 감내하다가 언젠가 살아남는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스러운 점은 유통업체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동네에 위치한 마트 매장이나 SSM, 편의점을 이용해 소규모 물류센터 역할을 부여해 효율성을 높이고 배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마다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자 누군가의 희생한 대가로 한다면 결국은 사라져야 할 ‘나쁜 서비스’일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경쟁에 익숙한 대한민국에서 이미 빨라진 배송시간 경쟁이 늦춰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그 이면을 한번쯤은 돌아봐야 한다. 사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누리는 상당수의 퀵커머스가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갈수록 대형 화재 발생이 늘어나는 물류창고, 그곳에서 희생되는 노동자와 소방관들. 이 역시 빠른 배송만을 위해 안전을 외면한 결과는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배송시간 단축에만 열을 올리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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