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라이더를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21-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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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산 스윙 대표

당신이 무엇을 운전하며 일을 하든지 상관없다. 당신은 최저임금을 벌며 평균대비 10배 이상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다. 당신이 택시기사(승용차)이든, 음식 배달원(오토바이)이든, 택배기사(1톤 트럭)이든, 만약 자차가 아닌 법인차량을 빌려 타고 있다면 놀랍게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 모든 운수업 종사자들에게 최저임금과 최고의 사고율로 인도한다.

법인택시 기사는 차량 ‘등’을 받고 일 14만 원의 ‘사납금’을 내며 하루 10시간을 운전하며 일반 차량 대비 10배 높은 교통사고에 노출된다. 배달대행사 소속 음식배달기사는 약 5만 원의 ‘바이크 렌털비’(기름값과 유지비 별도)를 내며 매일 10시간씩 주6일 근무해서 최저임금을 받는 동안, 매일 한 명씩 사고로 죽는다. 운수회사 소속 택배기사는 차량을 인수하기 위해 회사에 40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운이 좋아 마음씨 좋은 사장을 만나면 최저시급을 받고 운이 나쁠 경우 주ㆍ야간조에 동시에 편성돼 혹사당하며 최저임금도 못 받다가 퇴사를 하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어떤 운수업이든 자본이 필요한데, 운수업 종사자들은 애초에 운송수단을 살 목돈이나 할부로 살 신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기사의 경우, 약 60%가 초기비용 1000만 원(차량 및 보험료)이 없거나 이를 융통할 신용이 없다. 그렇다. 몇몇 독자에게는 믿기지 않겠지만, 단돈 1000만 원이 없어서 월급 300만 원 대신 200만 원을 벌고 있다.

법인기사들 위에는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법인들이 있다. 몇 억에서 수십억 원어치의 운송수단을 융통할 수 있는 신용이 있는 이들은 라이더들을 모집·관리하며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영위 중이다. 상대적으로 영세하다 보니 각종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이 운송수단 소유주들을 엮어 먹이사슬 최상위로 올라가고자 했으나, 플랫폼들은 사실 라이더와 운송수단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철저히 을의 관계로 영원히 적자를 낼 듯하다.

자차를 보유한 일명 ‘지입기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사납금이나 비싼 렌털비를 내지 않아 실질 소득이 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운송수단을 제공한 법인의 반강제적인 요구가 없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속도로 일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콜을 받을지도 자유롭다. 우버든 타다든 더 좋은 앱으로 택시 수입을 극대화하고 배달의 민족이든 쿠팡이츠든 시간마다 최고의 배달 수수료를 지급하는 곳에서 배달하면 된다.

필자는 더스윙을 창업하기 전에는 이러한 운수업 종사자들에 대해 전혀 몰랐다. 우리 킥보드를 충전·수거·배치해 주는 소중한 운영팀원들의 과거 이력을 들으면 음식 배달을 한 적도 있고 운수회사에 법인기사로 일한 적도 있었는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얘기들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듯 그때도 정말 성실했을 이들인데 단순히 자차가 없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았다. 자유의지를 가진 법인과 개인의 합법적인 거래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경영자이기 전에 사회과학도로서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를 창업가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는 대부분 사람의 이동을 타깃으로 하고 스윙 역시 개인의 이동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운송수단 공유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는 사람이 아닌 물건을 이동하는 운수업 종사자들을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이다. 라이더들이 목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할부를 쓸 수 없는 것은 신용이 없기 때문이고, 할부제공자들이 신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할부금을 제때 내지 않고 운송수단을 훔쳐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사람의 힘으로 ‘관리’하기 위해 소액 자본가들이 있는데, 만약 라이더들이 필요할 때 신용 없이도 소액으로 운송수단을 빌릴 수 있다면 개념적으로 모두가 ‘지입기사’가 될 수 있게 된다.

스윙은 이미 3만5천 대의 킥보드를 무방비상태로 밖에 세워 두고 아무런 신용에 대한 걱정 없이 빌려주고 있다. IoT(사물인터넷)를 통한 기기 관제 시스템으로 언제든 기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용 권한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점을 활용해 지난 6월 배달 라이더들만을 위한 전기 오토바이 공유서비스 ‘오늘은라이더’를 출시하면서 ‘라이더만을 위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업이 더욱 확대돼 법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운송수단을 스마트하게 제공함으로써 단돈 일이천만 원 때문에 매우 불리한 노동여건에서 일하는 운송 사업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국회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노동 약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무원은 노동 관련 법규가 잘 지켜지는지 행정을 통해 이들을 보호하고, 언론 및 인권운동가들은 시민운동을 통해 이들의 권리를 변호한다. 스타트업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오늘은 라이더지만 내일은 각자의 꿈을 향해 달리는 우리 라이더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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