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비둘기 가면 벗어던진 파월...변심 이유는?

입력 2021-12-01 13:51 수정 2021-12-01 14:06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오미크론의 출현에 가뜩이나 불안한데 제롬 파월이 공포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652.22포인트(1.86%) 떨어진 3만4483.72에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는 88.27포인트(1.90%) 내린 4567.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5.14포인트(1.55%) 내린 1만5537.69에 각각 장을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의 월간 하락 폭은 1300달러를 넘었습니다. 연준의 급격한 방침 전환과 코로나19의 강력한 변이 오미크론 출현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겹치면서 단번에 무너진 것입니다.

▲다우지수 1개월간 추이
▲다우지수 1개월간 추이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0.5%대 후반으로 상승(가격은 하락)한 반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4%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대가 무너지는 등 장기물일 수록 플랫화가 진행됐습니다.

국제유가도 주저앉았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4%(3.77달러) 떨어진 66.1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미국 상원위원회 의회 증언에서 “내 견해로는 자산 매입을 몇 개월 빨리 종료하는 걸 검토하는 게 적절하다”고 표명했습니다. 또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작을 결정한 지 얼마 안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속을 “(12월 중반) 다음 FOMC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의향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연준이 테이퍼링 시점을 대폭 앞당기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1월 테이퍼링에 착수해 월 1200억 달러였던 국채 등의 자산 매입액을 월 150억 달러씩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이 페이스라면 2022년 6월께 매입액이 제로(0)가 될 예정이었지만, 이 보다 조기에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매월 자산 매입액 축소 페이스를 2022년 1월부터 월 300억 달러로 가속화해 3월까지 마친다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파월은 왜 비둘기 가면을 벗어던졌을까

5차 대유행 경고가 나오고, 설상가상 오미크론이라는 강력한 새로운 변이의 출현으로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파월은 무슨 의도로 폭탄 발언을 한 것일까요?

자산 매입을 조기에 종료함으로써 과도한 경기 자극을 멈추고, 필요에 따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목적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표명한 건 11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였습니다. 당시 자산 매입 감축 속도를 높이자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파월 의장도 FOMC 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가속 조건을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정당화될 경우”라고만 대답했습니다.

그랬던 파월이 방침을 선회한 건 상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모두 약 30년 만의 최고치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죠. 이에 연준도 계속해서 비둘기 가면을 쓰고 있을 수 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11월 2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임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에서 “제이(파웰)는 우리 가정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처하고 끝까지 이루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며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파월을 지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여만인 이날, 파월은 의회 증언에서 “자산 매입을 몇 달 빨리 종료하는 걸 검토하는 게 적절하다”며 12월 14~15일 열리는 FOMC에서 테이퍼링 가속을 결정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지난 몇 개월 간 물가 상승은 더 광범위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해 “transitory(일시적)”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파월은 이날 “이 말을 사용하지 않게 할 좋은 기회”라고도 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늘은 파월 의장이 (양적 완화에 긍정적인) 비둘기 옷을 벗어 버리고 매파로 돌아가겠다는 사인을 보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오미크론은 인플레를 부채질 할까 억제할까

현재 시장에서는 오미크론의 출현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지, 억제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공급망에 혼란이 생기면 공급 제약이 생겨 상품이나 에너지 가격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지만, 소비 감소는 가격 하방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게 금융정책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양론으로 갈립니다. “고용과 경제 활동에 하방 위험을 초래한다”며 수요 부족을 시사하면서도 “사람들의 취업 의욕을 감퇴시켜 노동시장 개선 지연과 공급망 혼란을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 제약도 언급됩니다.

지금까지는 오미크론 감염 확산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움직임이 우세합니다. 29일 미국 시장에서는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전인 25일 대비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기 쉬운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약 0.64%에서 약 0.51%까지 떨어졌습니다.

한편에선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강합니다. 델타 변이 감염 확대 시에는 사람의 움직임이 줄었어도 상품 소비는 늘었기 때문입니다. 재화에 대한 수요가 강한 가운데 반도체 등의 품귀 현상이 일어난 것이 델타 변이 때의 경험이었습니다. 오미크론 확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물건의 이동 규제와 심사가 강해져 물류 정체에 의한 품귀 현상이 진행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오미크론이 발병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철광석과 구리 주요 수출국이어서 상품 가격 상승도 우려됩니다.

오미크론의 감염이 확대되는 지역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은 다릅니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남아공 외국인 입국자 수의 약 15%가 아프리카 이외 지역으로, 8월에는 그 중 약 1만8000명이 유럽, 1만 명 가량이 북미와 아시아였습니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는 미국 유럽이라면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소비되는 휘발유가 줄고, 유가 하락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은 억제된다고 봤습니다. 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감염이 확대하면 공장이나 항만 노동자가 취업할 수 없게 돼 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비가 침체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진행,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 양상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연준의 금융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 긴축 타이밍을 늦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오미크론이 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키면 조기 금리 인상 리스크도 높아집니다. 금융완화 상태가 계속되면서 재정 확대도 계속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등 정책 실패 우려도 커집니다.

일단 연준은 조만간 나올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 그리고 오미크론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을 보고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지요.

두 번째 임기를 허락받은 파월은 초반부터 험난한 파도를 만났습니다. 오미크론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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