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을 키운 제조혁신 생태계가 부럽다

입력 2021-11-19 05:00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전기 픽업 트럭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는 리비안의 주식은 11월 10일 상장하자마자 급등세를 보여 일주일 만인 17일 현재 공모가 78달러의 두 배 이상인 172달러까지 치솟았다. 리비안의 시가총액은 1467억 달러(173조 원)로 테슬라,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 3위로 부상했다.

아무리 전기차가 대세라 하더라도 창업 10여 년 만에 첫 전기차를 생산한 신생기업이 수십 년 동안 수천만 대를 생산한 GM, 포드, 폴크스바겐 등 유수한 자동차 회사들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리비안을 ‘The Most Remarkable Adventure’라고 평가한다.

리비안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119억 달러의 자금을 제2 전기차 생산공장 및 배터리 공장 건설에 투입하여 앞으로 매년 최소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리비안도 단순한 전기차 생산을 넘어 클라우드 기반의 차량 관리 서비스와 자율 주행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 박사인 로버트 스카린지가 29살이던 2009년 창업했다. 처음에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제조를 계획했으나, 2011년 전기차 픽업 트럭과 화물배송차에 집중하여 기술력을 키웠다. 리비안이 2018년 LA 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인 R1T 픽업 트럭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5km로, 네 바퀴가 각각 따로 구동되는 모터 4개로 구성된 ‘쿼드 모터’를 달아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는 ‘탱크 턴’이 가능하다. 지난 10월 말 일리노이 공장에서 R1T를 180대 생산해 고객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는데 7만5000달러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예약주문량이 5만 대를 넘었다.

리비안은 2018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7억 달러를 투자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리비안으로부터 단거리 전기 배송 차량 10만 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총 24억 달러를 투자하여 지분의 약 20%를 소유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도 리비안에 투자하여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 이후 12년 동안 리비안에 투자된 자금은 105억 달러에 이른다. 리비안의 재무성과는 보잘것없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0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이제 겨우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며 부럽기 짝이 없다. 29살 짜리 공학박사가 설립한 제조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으니. 우리나라에 20대가 세운 제조 벤처가 있을까? 아니, 대기업을 앞서는 기술력을 보인 제조 벤처를 찾아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인터넷, 플랫폼, 게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만 넘친다.

우리나라는 올해 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하며 제2 벤처붐을 맞이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벤처투자 상위 업종은 여전히 인터넷 서비스,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업종에 국한된다. 전기차와 같이 파급효과가 큰 제조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리비안에 투자된 105억 달러는 모두 민간투자이다. 미국 정부나 공공 펀드 자금은 한푼도 투자되지 않았다. 블랙록과 같은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제조기업과 인터넷 대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공급했다. 우리나라 전기차 스타트업에 현대차와 네이버가 투자한 것과 같은데, 과연 이런 투자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더 기가 막힌 것은 매출 하나 없이 12년을 버텼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서 매출 실적이 중요하다. 매출 없이 초기 투자는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 받고 10년 이상 매출이 안 나오는 스타트업을 인내하며 기다려 줄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은 어디건 없다. 그러다 보니 10년 후의 미래 시장을 보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 없다. 투자 받아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현재의 시장에만 몰리게 된다. 그래서 늘 혁신기업이 기존 시장을 잠식해 전통기업과 갈등을 빚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전기버스 생산업체인 에디슨모터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거나 산업은행으로부터 자산 담보 대출을 받겠다고 하지만 선뜻 자금을 대줄 곳이 나서지 않고 있다. 모험적 사업에 대한 투자나 융자를 기피하는 우리 생태계의 단면이다. 에디슨모터스의 기술력을 떠나라서라도 리비안과 비교해 천양지차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에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기차 생산이 공백 상태이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GM과 르노와 같은 외국기업은 국내 공장에 전기차 생산물량을 배정해 주지 않고 있다. 전기차 생산이 안 되니 전기차 엔지니어는 할 일이 없고 전기차 스타트업은 나올 수가 없다.

리비안은 급성장하면서 직원 수가 2018년 말 400명 수준에서 상장 시점에는 9700명으로 급증하였다. 한국인 엔지니어가 수십 명에 이르며 미국에서 공부한 한국 유학생도 리비안에 많이 취직했다. 왜 제조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기차 스타트업 하나 못 키우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전기차 회사에서 일할 기회조차 없는 우리 청년이 불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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