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절대권력 시진핑, 더 거칠어질 패권전쟁

입력 2021-1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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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중국공산당(中共)이 지난 주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역사결의’(歷史決議)를 채택하고 시진핑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에 이은 3대 영도자 반열에 올렸다. 역사결의는 1921년 창당된 중공이 시대전환을 선언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문건이다. 100년 동안 이번까지 단 세 차례의 역사결의만 나왔다. 그 무게와 의미가 가늠된다.

첫 번째는 1945년 이뤄졌다. 중공은 당시 모든 노선투쟁을 청산하고 마오쩌뚱을 유일한 지도자로 규정했다. 마오는 1976년 죽을 때까지 절대권력을 행사했다. 두번째는 덩샤오핑이 1981년 주도했다. 마오를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이자 전략가’로 평가하면서도, 문화대혁명의 과오를 비판하고 그의 우상화를 부정했다. 덩 또한 1997년 사망하기까지 최고지도자의 확고한 권력으로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다.

이번 3차 결의는 ‘시 주석=당의 핵심’임과 ‘시진핑 사상’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중공은 앞서 공산당 역사를 3단계로 구분, 마오가 새로운 중국을 세웠고(站起來), 덩이 중국을 잘 살게 했으며(富起來), 시는 중국을 강하게(强起來) 만들었다는 권위를 부각시켜 왔다. 내년 가을 중공의 20차 당대회는 시 주석 3연임을 결정할 게 확실하다. 이미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헌법의 국가주석 3연임 제한조항을 없앴다. 마오의 장기독재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덩 집권 때 만든 규정이다. 이후 장쩌민 시대에 정치국 9인 상무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로 이행됐다. 그러나 이제 국가주석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시는 이미 당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당·정·군 3권을 장악하고, 다시 우상화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만든 나라로,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와 인민의 모든 것을 당이 지배하고 통제한다. 제왕적 위상의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뜻하는 바는 엄중하다. 시는 내부적으로 ‘공동부유’와 ‘인민민주주의’로 결속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운 ‘중국몽’(中國夢)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게 분명하다. 예전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의 중국이 아니다. 시의 노선은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이다.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중국의 이익을 위한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패권전쟁도 격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무역과 안보의 중국 포위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강한 힘의 충돌로 국제 질서와 글로벌 경제구도, 지역안보 역학관계의 근본적이고 심대한 변화가 빨라질 것이다.

중국몽은 한마디로 ‘21세기 팍스시니카(Pax Sinica)’이다. 과거 ‘강했던 한나라와 번성했던 당나라’(强漢盛唐)의 부활로 비견되는데, 세계 중심인 중국에 바깥 존재들이 굴종해야 한다는 패권의 추구다. 미국 인구학자이자 중국전문가인 스티븐 모셔가 십수년전 쓴 ‘헤게몬’(Hegemon)이란 책이 통찰했다. 중공은 끊임없이 판도를 넓혔던 역사적 팽창주의, 모든 것이 자신들 중심으로 굴러갔다는 편집증적 민족주의, 여기에 한세기 전 서구열강의 침탈로 제국이 무너졌던 상처가 겹쳐 일관되게 패권국가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 맥락에서 경제발전에 의한 시장의 힘이 중국을 현대적 인류보편의 가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 국가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심각하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에 있어 한국은 변방이다. 더구나 미·중의 거대한 두 힘이 부딪히는 최전선(最前線)이 한반도다. 몰려드는 격랑의 파고(波高)는 더 거세질 것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고,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에 기댄다. 지정학적 틈새에 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냉엄한 현실의 인식과, 제대로 된 한국의 좌표설정이 절실하다. 힘의 논리로 피아(彼我)를 가르는 시대에 ‘전략적 모호성’은 설 땅이 없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인권가치에 기반한 대한민국 주권과 정체성을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경제의 지속적 번영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는 과연 어디인가? 우리가 어떤 선택의 지렛대로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높일 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

지금 국가리더십에 국제 질서의 전환기적 변혁을 통찰하는 지성, 위기의 인식과 공감 능력, 국가 생존전략에 대한 고민, 해야 할 일의 자각이 없다. 흘러간 이념과 과거에 갇힌 자폐적 정치놀음에만 골몰해 성장과 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반(反)국익의 헛발질만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 다루기가 갈수록 안하무인식으로 거칠어지는데도 우리는 수치스러운 굴종 외교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안보동맹을 훼손해 왔다. 몇 달 후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에게서도 세계 패권전쟁을 헤쳐나갈 식견, 비전과 리더십의 어떤 신뢰가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혼돈의 시대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의 미래가 답답해지고 있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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