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숨은 고수? 시장 교란자?…주식시장 뒤흔든 ‘슈퍼개미’의 역사

입력 2021-11-15 16:43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연합뉴스)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연합뉴스)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가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11일, 한 슈퍼개미가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하루 만에 3000억 원 규모로 사들이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이 개인 투자자는 이날 엔씨소프트의 주식 70만3325주를 매수, 21만933주를 매도해 약 50만 주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금액은 3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슈퍼개미’의 대량 거래에 주가 조작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 요소가 있는 지 확인에 나섰다. 법 위반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밝혀질 예정이다.

그러나 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오랜만에 등장한 슈퍼개미는 그 존재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슈퍼개미의 첫 등장...투자 성향 다른 1세대 슈퍼개미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슈퍼개미의 원조는 ‘백 할머니’로 잘 알려진 고(故) 백희엽씨다. 평양 출신인 백씨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군복 장사, 사채업을 하며 종잣돈을 모았다. 백씨는 1950년대 후반 건국채권 투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건설주들의 주가가 폭등하며 원조 슈퍼개미로 거듭났다. 백씨가 굴린 돈은 당시로는 천문학적 액수인 300억~400억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했던 덕분에 큰 손실 없이 증권가를 떠날 때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백씨와 함께 1세대 슈퍼개미로 불리는 고(故) 고성일씨도 북한 출신으로 수백억 원대의 자산을 굴린 것으로 유명하다. ‘광화문 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옷감 장사를 시작으로 사채, 염료 시장, 부동산 등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이후 100억 원대의 자산으로 주식시장에 도전하며 특정 종목을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주식 가격의 급등을 이끌었다. 당시 명동에서는 “우리나라 하루 주식 거래대금의 3분의 1은 광화문 곰의 돈”이라는 말이 나돈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러나 고씨는 1990년대 들어 주식시장이 성장하며 개인의 영향력이 줄어듦에 따라 주식투자에 연이어 실패하며 아쉬운 말년을 보내기도 했다.

선물 투자로 성장한 2세대 슈퍼개미

▲‘압구정 미꾸라지’ 윤강로씨. (MTN 머니투데이방송 유튜브 캡처)
▲‘압구정 미꾸라지’ 윤강로씨. (MTN 머니투데이방송 유튜브 캡처)

2000년대 주식시장에서는 2세대 슈퍼개미 3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압구정 미꾸라지’로 알려진 윤강로씨는 2000년대에 활약한 대표적인 슈퍼개미다. 윤씨는 선물 투자를 통해 종잣돈 8000만 원을 1300억 원까지 불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6년 국내에 선물 거래가 도입된 후 당시 재직하던 서울은행을 퇴사하고 본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섰다.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은 윤씨가 시장의 위험을 미꾸라지처럼 잘 피해 간다며 붙인 별명이다. 그는 투자 위험 관리 방법으로 전체 자산의 3분의 1까지만 손실을 허용하는 본인만의 원칙을 바탕으로 투자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한 증권사 목포 지점에 근무하며 하루에 9000억여 원을 중개하는 성과를 낸 ‘목포 세발낙지’ 장기철씨도 선물 투자를 통해 큰손으로 거듭났다. 증권사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는 1999년 퇴사 후 슈퍼개미로 큰 수익을 올렸으나 2002년 현물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는 등 주식의 흥망을 모두 겪기도 했다. 결국 2012년 장씨는 투자자 2명으로부터 투자금 2억5000만 원을 받아 6개월 내 원금 회수를 보장했다가 실패했고, 이로 인해 2015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주의 대형 마트 경리 직원 출신으로 알려진 박기원씨는 ‘전주 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슈퍼개미였다. 박씨는 1990년대 말 선물 투자로 큰 수익을 냈고 2002년 하이닉스, 2003년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매매해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전주에서 개인 투자자가 투자신탁사 규모의 큰 자본을 굴린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주식 투자에 실패하며 최대 21.6%까지 보유했던 대한방직 지분을 매도한 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3세대 슈퍼개미 “안정적으로 투자하라”

▲‘주식농부’ 박영옥씨. (매일경제TV 유튜브 캡처)
▲‘주식농부’ 박영옥씨. (매일경제TV 유튜브 캡처)

2010년대 들어서는 ‘주식농부’ 박영옥, ‘과학자 출신’ 김봉수 카이스트 명예교수, 손명완 세광대표 등이 슈퍼개미로 이름을 날렸다.

박씨는 30여 년 전 4300만 원의 종잣돈을 2000억 원으로 불린 것으로 유명하다. 김교수는 4억 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 11년 만에 500억 원의 수익을 냈으며, 손 대표는 회사원으로 일하던 10여 년 전 5000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해 1000억 원대 자산가로 거듭나며 성공 신화를 썼다.

3세대 슈퍼개미들은 모두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씨는 주식을 ‘농사’처럼 대하라고 조언한다. 박씨는 이달 1일 출간한 저서에서도 ‘부화뇌동하지 마라’, ‘아는 범위에서 투자하라’ 등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권고하기도 했다.

김 교수 역시 ‘아는 종목만 산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김 교수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기업분석 방법으로 직접 경험한 제품을 바탕으로 확실히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권하는 이들의 조언이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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