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화가 없는 재벌 3~4세의 선택은

입력 2021-11-08 17:48 수정 2021-11-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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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월 인스타그램에서 가족 간 대화 내용을 공유해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최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치실 사진과 함께 “치실을 사용하는데 실을 좀 많이 길게 뽑아서 썼더니 막내가 옆에서 보다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아빠 재벌이야?’라고. 이에 막내딸에게 ‘응? 어? 음… 아니… 아껴 쓸게’”라고 답했다는 소소한 일상을 적었다. 최 회장은 최근 링크트인 계정도 시작했다. 여기에 자신의 경영철학부터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50년 전 시작한 산림 녹화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진심인 총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70만 명을 넘어서 웬만한 연예인 수준을 넘어섰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스타벅스 신제품 등에 대한 사진과 소감, 자신의 해외출장 행보를 올리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거두는 것은 물론, 향후 경영 행보까지 가늠토록 한다.

그 이전에는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보기 드물게 진솔하고 서민적인 SNS 활동을 해 대중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재계 일부 총수의 SNS 행보가 활발하다 보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었던 친환경 스니커즈가 화제가 됐을 때 신 회장까지도 온라인 세계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재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현재 재계 총수들은 대부분 재벌 3~4세다. 2세만 해도 큰 형님에 속한다.

창업주에게는 추억도 있고 신화도 있다. 선구자적 경영업적을 이룬 재계 2세였던 고(故)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총수들은 임직원들에 눈에 그저 ‘부모 잘 만난 초특급 금수저’일 뿐이다.

“어차피 신화를 만들기 불가능한 재계 2~4세들이 현실을 파악하고 카리스마보다는 대중과의 공감을 위해 ‘직접 대화’에 나섰는지 모른다”라는 재계 고위관계자 분석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공감을 잘하는 웨이터들은 팁을 20% 가까이 더 받았으며, 공감 능력이 뛰어난 채권추심원들은 대출 채권을 두 배나 더 회수했다고 한다.

총수들은 SNS 활동을 통해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고, 회사 제품을 널리 알리는 효과와 더불어 일반 대중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대중과의 온라인 소통만큼 내부 직원들과의 대화가 활발하고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기를 끌기에는 일반 대중만큼 좋은 상대가 없다. 세상이 ‘인스턴트화’해서다.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한 대중의 판단은 즉각적이고, 일단 판단하면 이후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거부감을 가지는 성향이 있다.

회사 임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회장님 인기는 ‘가십거리’일 뿐이다. 내 회사가 어떻게 경영되고 있는지, 내 복리후생은 어떻게 개선될 것이며, 이 회사의 미래가 밝아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계획하지 않아도 되는지 등이 궁금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속경영가능성과 직결된다.

이런 면에서 세븐앤드아이홀딩스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의 대화형 리더십은 배울 만하다.

스즈키 회장은 조그만 할인점인 이토요카도에서 신규 사업을 담당하는 전무였다. 이후 미국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을 도입해 일본 내 1등 편의점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세븐일레븐 본사까지 인수해 세계 최고의 편의점으로 성장시켰다.

스즈키 회장은 조직 구성원들과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매주 화요일 수천 명에 이르는 전 사원을 본사에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전 영업 담당자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출장비만 연간 수백억 원이 들지만 아까워하지 않았다.

지금은 대화형 CEO가 나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온라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툭하면 회사를 관둔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 탓하기보다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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