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우주로] 누리호 첫 발사, 그 이후…“뉴 스페이스 원한다면 새로운 정책적 고민해야”

입력 2021-10-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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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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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창공을 가르고 우주로 향했다. 아쉽게 위성 모사체를 제 궤도에 올려놓지는 못했지만, 한국이 가진 발사체 기술을 검증하고 국내 산업계와 협업해 발사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한 발짝 다가간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졌다.

24일 이투데이는 이번 누리호 발사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가 어디까지나 ‘시험비행’이었단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추력 75톤급 엔진과 이 엔진을 묶어 300톤급 추력을 발생시키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최정열 부산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발사 목표는 연구 진행단계에서 보면 마무리단계 비행 ‘시험’에 있는데, 지상에서 할 수 없는 시퀀스를 모두 다 해보았고 그 실험 데이터를 모두 확보했기 때문에 시험으로서의 목적은 무조건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3단 연소기 조기종료 문제를 파악한 것도 역으로는 일종의 비행시험의 성과”라며 “이번은 궤도 투입보다는 그 과정이 목적이란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역시 “우리 기술로 1.5톤급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 기술을 완성했는지를 보는 시험 발사 성격이 크다”며 “올해와 내년 두 차례의 시험이 있는데 이번 1차 발사에서 대부분의 기술이 검증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우리 기술로 75톤급 엔진과 300톤 클러스터링 엔진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작동했단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설계 데이터와 실제 비행의 데이터가 다른데 이를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 1300개 이상 센서를 붙이고 누리호가 발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인공위성의 궤도 투입이란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인공위성을 원하는 고도에 올릴 수 있도록 3단 엔진이 탈출 속도(초속도)를 줘야 했는데 이를 주지 못했다”며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관점에서든 이번 누리호 첫 번째 발사를 통해 국내 우주개발 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정부가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민간이 우주개발 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약 4470억 달러(약 526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노태성 인하대학교 교수(왼쪽부터)와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  (사진제공=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홈페이지)
▲노태성 인하대학교 교수(왼쪽부터)와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 (사진제공=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홈페이지)

하지만 전문가들은 뉴 스페이스 흐름이 한국에서도 시작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영근 교수는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발사체가 기술적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냉정히 이야기하면 한국의 경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네 번 더 (국내 발사체를) 발사하는데,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1년에 최소한 한두 번은 쏴야 한다”며 “기술 역시 개량 고도화가 필요한 만큼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장 교수는 “미국 스페이스X의 경우 발사체를 한 번 쏘는데 6000만 달러(약 706억 원)가량 든다. 기존 대비 2~3배 저렴하다”며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으니 상업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에서도 뉴 스페이스 흐름이 시작되려면 필요한 것은 정부와 민간의 합동 노력이다. 특히 산업화를 염두에 뒀다면 지금까지의 ‘정부 주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장 교수는 “뉴 스페이스 시장에서 망하는 회사도 많다. 우주개발 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라며 “혁신을 하려면 전문 지식을 가진 우주 분야 전문가도 필요하고,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야 하고, 기술도 개발해야 하고 신뢰성도 얻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든 민간이든 산업에 투자하고 함께 진행하되 산업화 측면에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노태성 교수 역시 “우주개발 분야는 투자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수익을 내기까지 오래 걸리고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든다”며 “그래서 선진국을 비롯해 대부분 나라가 정부가 주도하고 정책적으로 밀어줘 왔으니, 앞으로 우리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이쯤에서 적절한 정책적, 또한 산업적인 지원이 복합적으로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주왕복선 사업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우주왕복선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사실상 사장됐었다”며 “미국의 경우 정부가 이를 주도하다 보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래서 민간사업자 중 이를 잘 수익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곳이 바로 스페이스X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민간 사업자에 시장을 열어주고,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위성을 쏠 수 있게 해주면 사업자들은 그걸로 돈을 번다”며 “사업자 간 경쟁이 발생하고 기술 개발에도 나서게 된다면 통합 생태계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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