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중국의 전력난, 공급망의 무기화, 경제안보

입력 2021-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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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중국의 전력난이 심각하다. 중국은 자체 전력의 70%를 석탄에 의존하는데 현재 석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동북지역은 다가오는 겨울 난방을 위해 충분한 석탄을 비축해야 하는데 현재 부족 상태가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이 석탄 부족을 겪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코로나19 상황의 개선이다. 팬데믹 상황이 개선되면서 중국 내 제품 수요와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증가해 산업용 전력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폭증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전력 소비가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16% 증가하고 화력발전 생산이 14% 늘 때, 중국의 석탄 생산은 6% 증가에 그쳤다. 공급 부족으로 석탄 가격이 지난해 대비 2배 오르며, 발전소들은 원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어 증산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둘째는 중국의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 시행이다. 시진핑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이에 따라 석탄 채굴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강화된 환경·안전기준과 함께 자금 지원이 축소되며 중국 내 석탄 채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또한 내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예정되어 있어 이러한 경향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중국의 맑은 공기와 함께 국제사회에 중국이 환경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호주산 석탄의 수입 중단이다. 중국은 석탄 수입의 50~60%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호주산 석탄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석탄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폈지만 동남아시아 자체 에너지 수요도 급증하는 가운데 만족할 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모습이다. 또한 2015년 이미 중국은 석탄의 품질기준을 강화하며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수입을 줄인 바 있다. 다시 말하면 애초에 고품질의 호주산 석탄을 인도네시아산으로 대체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이번 사태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경제 공세, 공급망의 무기화다. 이번 중국 전력난을 경제안보의 시각에서 다시 한번 바라보자. 2020년 4월 호주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국은 바로 경제 보복에 나섰다. 호주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35%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은 호주산 보리, 소고기, 와인 등에 대한 수입 제재로 보복한 것이다. 이에 멈추지 않고 중국은 연말에 호주산 석탄의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도 실행했다. 석탄은 호주의 대중국 수출품 중 철광석, 천연가스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중국이 작정하고 호주에 대한 경제 공세를 취한 것이다.

이는 결국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으로 돌아왔다. 공급망을 무기화한 중국이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은 격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력난으로 중국 제조업의 44%가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하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중국의 전력난이 중국의 피해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적 물류·운송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에너지 위기는 세계 최대 수출국의 공장들을 멈춰 세우며 글로벌 공급망에 또다른 충격을 더할 전망이다. 특히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은 세계 각국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공급망의 무기화로 그 누구도 덕을 본 국가는 없다.

공급망의 혼란과 무기화를 경험하면서 주요국의 경제안보에 대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19년 우리에게 반도체 수출규제를 시행했던 일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새로 당선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경제안보 분야를 총괄할 경제안전보장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또한 일본은 연내 설립을 목표로 새로운 국제 수출통제 레짐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신흥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가와만 연계하는 더 빠른 프레임워크 구축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9일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미-EU 무역기술위원회(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서 외국인 투자 심사, 수출 통제, 인공지능(AI), 반도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은 새로운 도전 요인들에 대한 양자 간 협력 확대를 논의하였다.

향후 각국이 경제안보를 중시하고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및 국가 간 네트워크를 재편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가운데, 우리의 대응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우리도 주요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서둘러 동참하고 연대하여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경제안보 시대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정부의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신설은 상당히 시의적절해 보이며, 정부의 의지가 실제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대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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