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무늬만 민자도로

입력 2021-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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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통행료는 통행료 대로, 세금은 세금대로, 과도한 특혜는 결국 국민 부담

꿩먹고 알먹는 민자도로, 이제 국민에게 돌려줘야

민자도로 통행료가 느닷없이 정치적 이슈로 등장했다. 여당 대선후보가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자치단체에서 사들여 통행료를 면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거용 포퓰리즘 논란,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 무리한 재정지출 등 갑론을박 중이다. 경기도 내 최초의 민자(民資) 교량사업인 일산대교는 한강을 지나는 27개 교량 중 유일한 유료 교량이다. 일산대교는 1km당 통행료가 660원으로 주요 민자도로보다 6배 이상 높다. 2008년 개통 당시 민간사업자가 30년간 통행료를 받기로 협약한 바 있다. 그동안 민자도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통행료에도 안전관리와 운영서비스가 재정(財政)도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민자도로를 둘러싼 이 논쟁에서 정치적, 경제적, 재정적인 측면에서 각각의 입장이 충돌하지만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가이다. 도로는 국민 생활기반시설로서 교육, 의료 등과 같이 복지적 측면의 공공재이다. 즉 통행료를 내는 이용자, 정부에 세금을 내는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타당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자도로는 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예산이 아닌 민간자본을 들여 건설한 도로를 말한다. 그렇다면 민자도로라고 하여 100% 민간 자본만으로 건설하는 것일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민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재정 투입을 약속한다. 이 제도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이다. MRG는 민자 사업자가 해당 도로를 운영하면서 얻는 통행료 수입이 정해진 수준을 밑돌 때 정부에서 그 차액을 보상하는 제도다. MRG는 불성실한 민자운영, 자치단체 재정 파탄 등의 문제로 2009년에 폐지되었지만 불소급의 원칙으로 종전 MRG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전국에 걸쳐 많은 민자도로가 MRG 계약에 묶여 있다. 즉 민자도로가 아니라 사실상은 정부 지원 민자도로이다.

실제로 국토부의 2021년 민자도로 운영지원 예산 3285억 원 중 MRG로 소요되는 비용이 2525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토부가 2020년 기준으로 추진 중인 전국 민자도로는 31개이며 이들 도로에 2020년까지 이미 투여한 재정지원금은 2조141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MRG 계약을 맺은 민자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어 있어 굳이 협약에 따른 경영합리화, 서비스 질 개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게 된다. 반대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불성실한 민자 사업자의 운영에도 약속된 이윤을 보장해 줘야 하는 만큼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재정력에도 불구하고 민자도로 사업을 일으킨 자치단체들은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재정 파탄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용인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사업 등이 MRG 민자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

MRG 폐지 이후 이를 대체해서 도입된 제도가 최소비용보전(MCC, Minimum Cost Compensation)이다. MRG처럼 이윤 보장이 아닌 MCC 순수 운영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거가대교이다. 거가대교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2132억 원의 재정지원금이 투여되었다. 향후 부산시와 경남도가 거가대로에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은 매년 300억 원가량으로 민자 운영 기간이 끝나는 2050년까지 부담액은 1조 원이 넘는다.

이렇게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민자도로에 투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비싼 통행료를 내면서 세금을 또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더욱 문제는 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되었다는 것이다. 통행료를 내더라도 빠른 도로 이용, 돌아가더라도 통행료가 없는 도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산대교, 거가대교 같은 경우가 그렇다. 대체도로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민자도로는 높은 통행료에 상응해 교통사고 예방, 이용자 편익 향상, 운영 효율성 등 개선을 해야 하는데 정부의 재정지원금에 기대어 배짱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을 할 때 어느 정도 재정지원을 하는 이유는 우선은 민자 유치가 목적이지만 민간사업자에게 통행료 조정, 서비스 질 개선 등 공적인 요구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 사업자와 협약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 도로를 제대로 유지·관리할 의무를 질 것을 요구한다. 또한 협약에 따라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는 협상을 할 수 있다. 경기도는 실시협약에 따라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일산대교와 진행할 예정으로 통행료 조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료도로법상 정부가 과도한 재정지원 등이 발생할 경우 이미 체결한 민자도로 실시협약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곧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 먼저 정부와 자치단체는 ‘동일서비스-동일 요금’을 목표로 민자도로 통행료를 재정도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또한 민자도로에 대한 운영평가를 제대로 하여 불공정한 실시협약을 변경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민자도로 운영 종료 기간이 도래했을 때 단순하게 기간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장기적인 재정 운영 관점에서 공공이 운영하는 재정도로로 전환하는 수준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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