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닮은 듯 다른 듯…내면 속 덩어리 꺼낸 '아가사'·'메리셸리'

입력 2021-09-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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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영국 여류 작가 전면에…배경 비교하며 보는 재미

▲뮤지컬 '아가사'. (사진=나인스토리)
▲뮤지컬 '아가사'. (사진=나인스토리)
실존했던 두 명의 여류 소설가가 두 편의 뮤지컬에서 각각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아가사'(연출 김지호), 훗날 영국 문학사에 강렬하게 이름을 남긴 메리 셸리(1797~1851)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메리셸리'(연출 오루피나)다. 실존한 소설가의 이야기인 만큼 작품이 쓰인 배경이 중요한 장치로 활용돼 흥미를 자극한다.

먼저 '아가사'는 1926 12월 3일부터 11일간 실종됐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아가사는 자신의 저택에서 티타임을 가진 후 돌연 실종되는데, 아가사의 팬이자 조수를 자처하는 소년 레이몬드가 아가사의 미완성 원고 '미궁 속 티타임'을 실마리로 삼아 그녀를 찾으려 한다.

아가사가 실종됐을 당시 영국 국민의 관심이 온통 그녀의 행방에 쏠렸다고 한다. 열흘간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경찰이 수색했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종 열 하루째 되던 날, 돌연 아가사가 돌아왔다. 아가사는 그간 남편의 내연녀 이름으로 한 호텔에서 숙박했다고 한다. 아가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고. 특히 아가사는 이후 자서전을 내고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그때의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극은 실존 인물인 아가사와 실제 '실종' 사건에 상상력을 얹어 재구성했다. 아가사의 실종 자체가 미궁 속 이야기인 만큼, 아가사가 실종된 이유를 찾는 과정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간다. 긴장감 있게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로이를 둘러싼 반전이 이마를 탁 치게 한다. 아가사가 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고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뮤지컬 '아가사'. (사진=나인스토리)
▲뮤지컬 '아가사'. (사진=나인스토리)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아가사'와 달리 '메리셸리'는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KT&G 상상마당 창작 뮤지컬 지원사업 '제4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의 최종 선정작이다.

'메리셸리' 배경도 영국이다. 주인공은 1818년 출간된 최초의 SF소설이자 고전필독서인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 극 중 메리 고드윈(결혼 전 이름)은 유부남인 내연남 퍼시 셸리와 함께 유명 시인의 바이런의 별장에 초대된다. 퍼시 셸리와 바이런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메리와 퍼시, 메리의 동생 클레어, 바이런의 주치의 폴리도리가 함께했다.

이들은 지독한 장마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오래도록 별장에 머문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바이런은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 "누가 더 무서운 작품을 써서 놀랄 수 있는지 대결해볼까?"

이날 밤은 문학가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마약, 성적 쾌락이 있었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나온다.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이 중요한 건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일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메리셸리'. (사진=뷰티풀웨이)
▲뮤지컬 '메리셸리'. (사진=뷰티풀웨이)

메리는 바이런과의 게임에서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 메리는 가족과 갈등, 퍼시와의 불안한 생활, 아이를 잃은 아픔 등 신경 쇠약 증상을 보여 왔는데, 그녀가 내면에 쌓아온 또 다른 세상이 '프랑켄슈타인'으로 펼쳐진다.

메리의 '프랑켄슈타인'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차별을 감내하고 탄생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메리는 여성이 진지한 소설을 쓴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익명으로 소설을 내놔야 했다. 사람들은 응당 퍼시 셸리가 쓴 소설이라 생각했다. 메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어려웠지만, 용기를 갖고 유리 천장에 '메리'로 맞선다.

'아가사'와 '메리셸리'는 닮은 듯 다르다. 메리가 한 시대 이전에 실존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제약에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가사가 추리 소설을 썼던 시대 역시 지금보다 자유가 제한됐기 때문에, '나은 삶'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도 없다. 분명한 건 두 작가 모두 자신 안에서 대작을 창조해냈다.

▲뮤지컬 '메리셸리'. (사진=뷰티풀웨이)
▲뮤지컬 '메리셸리'. (사진=뷰티풀웨이)

◇ '아가사' 출연 배우 : 임강희, 백은혜, 이정화, 김재범, 김경수, 고상호, 안지환, 김리현, 강은일, 정평, 임별, 안두호, 최호승, 김지훈, 김남호, 이아현, 한세라, 강인대, 박상준, 정다예, 주다온.

◇ '메리셸리' 출연 배우 : 배다해, 최연우, 이예은, 송원근, 박규원, 려욱, 기세중, 조환지, 박선영, 김도빈, 안창용, 정휘, 정가희, 유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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