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중국, 경기 부양인가? 체질 개선인가?

입력 2021-08-30 05:00 수정 2021-08-30 09:01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다시 한번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의 하반기 수출 성장세와 함께 경제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뉴스는 눈에 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한 축이자 대표적인 국영기업이 파산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팬데믹 상황에서 최근 상반된 두 정책을 펴고 있다. 효율적 자원배분을 강조한 국영기업 구조조정과 국가 주도의 소득분배를 강조한 플랫폼 기업 규제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강조한 가운데 중국 민영기업들의 기부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 핀둬둬, 바이트댄스는 최근 3개월간 15조 원을 기부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5%가 넘는 규모다. 흥미로운 점은 이 릴레이 리스트에 화웨이가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중국의 민영기업과 국영기업을 구분하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았는가 피했는가 또는 대규모 기부를 했는가 안 했는가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코로나19 속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내순환 촉진을 내세운 중국 정부가 이런 상반된 목적의 두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은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든지, ‘쌍순환’을 뛰어넘는 목적을 위해서든지, 아니면 정책 착오로 보인다. 평시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에 도움이 될 정책들이지만 지금과 같은 글로벌 팬데믹 시기에는 오히려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기업의 부채 문제와 회사채 디폴트 우려는 중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다. 선진국과 다르게 중국은 기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1년 현재 선진국의 경우는 평균적으로 기업부채 규모가 GDP 대비 약 104%인 반면, 중국은 161% 정도 된다. 규모 면에서 보면, 전 세계 기업부채 가운데 중국 기업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달하며,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채 증가분의 약 53%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시장의 첫 번째 회사채 디폴트는 2014년에 발생했다. 당시 상하이 소재 민간 태양광 발전 회사인 차오리 솔라(Chaori Solar)가 이자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의 첫 회사채 디폴트 사례가 되었다. 그 이후로 회사채 부도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9년까지 민영기업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국영기업 디폴트의 증가가 눈에 띈다.

2020년에 국영기업의 채권 채무 불이행 규모는 약 15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중국의 신용평가사로부터 트리플A 등급을 받았던 허난성 지역 국영기업인 용청석탄전기(Yongcheng Coal and Electricity Holding Group), 중국의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YMTC를 자회사로 둔 칭화유니그룹(Tsinghua Unigroup), BMW 중국 합작사 화천자동차(Brilliance Auto)와 같은 거대 국영기업의 부도가 대표적이다.

근본적으로 이는 코로나19와 무관한 수익성과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었다. 과거에 중국 정부는 고용과 세수 확보를 위해 문제가 있는 국영기업을 암묵적으로 구제해 왔다. 국영기업들은 약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부채에 대한 국가 보증으로 인해 중국 내 신용 평가 기관으로부터 부풀려진 평가를 받아 왔고 값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조장하며 수만 개의 좀비 공기업을 양산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국영기업 부채에 대한 정부 보증의 단계적 폐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모든 신용 시장 참가자들에게 ‘대마불사(TBTF: Too Big to Fail)’라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국영기업들에 부실 관리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국영기업 회사채 디폴트의 결과로 유통시장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했고 많은 국영기업은 이러한 높은 금리를 맞추지 않고는 새로운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록 중국판 대마불사를 믿어온 많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겠지만, 국영기업의 부도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에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과도한 투자의 주범인 국영기업으로 하여금 엄격한 예산 제약을 준수하고 신용 규율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여전히 회복 모드에 있고 일부 지역이 최근 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해 새로운 폐쇄 조치를 받았음을 감안할 때 “왜 이 타이밍일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 기업들에 ‘공부론(共富論)‘을 내세워 막대한 기부금을 뜯어내는 것도 혁신을 저해하고 내수 확대에 반하는 정책은 아닌지 의아하다. 최근 중국 정부의 조치들이 기업의 투자를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 좋아요-
  • 화나요-
  • 추가취재 원해요-

주요 뉴스

  • 오늘의 상승종목

  • 12.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61,010,000
    • -1.56%
    • 이더리움
    • 5,176,000
    • +0.15%
    • 비트코인 캐시
    • 561,500
    • -5.63%
    • 리플
    • 992.1
    • -4.05%
    • 라이트코인
    • 190,000
    • -7.32%
    • 에이다
    • 1,654
    • -8.37%
    • 이오스
    • 3,700
    • -6.09%
    • 트론
    • 104.6
    • -4.04%
    • 스텔라루멘
    • 344.6
    • -8.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149,000
    • -7.51%
    • 체인링크
    • 23,810
    • -7.86%
    • 샌드박스
    • 6,600
    • -9.5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