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굴레에 갇힌 서민] 팍팍하지만 빚 갚던 20대…개인회생 ‘현대판 주홍글씨’

입력 2021-08-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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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권고사직…특별면책 받아 소득 생겨도 개인회생 낙인 못 지워
올 상반기 개인워크아웃 4만9446명 작년과 비슷…연체前 채무조정 56%↑

#. 1997년생 A(여) 씨는 어렸을 때부터 생활고를 겪었다. 대출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결국 2017년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총채무는 2500만 원. 원금 100% 변제로 변제 계획을 세웠다.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인가를 받았다. 변제 기간은 58개월(변제 기간 3년 단축 이전)로 정해졌다. 당시 월평균 수입은 169만 원. 이 중 125만 원은 생활비로 인정받았다. 월 44만 원씩 갚아가기로 했다. 169만 원도 어렵게 마련한 돈이었다. 예식장, 사무보조, 물류센터, 호텔 등에서 일했다. 계약 기간은 대부분 짧았다. 그렇게 3년 9개월(45개월)간 빚을 갚아갔다. 그러던 중 근무하던 호텔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여행업, 숙박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그 무렵 고질병이었던 무릎 통증도 심각해졌다. 결국 A 씨는 개인회생 특별면책을 신청했다. 법원은 올해 8월 A 씨의 특별면책을 받아들였다. 총 1895만 원을 상환한 때였다. 나머지 605만 원은 면책받았다.

대출금을 갚아간 성실 상환자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은 재정난의 끝이다. ‘빚을 더는 갚지 못한다’는 주머니 사정을 법원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괴감이나 수치심은 사치일 뿐이다.

서울회생법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 대한구조법률공단 등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을 상담이나 대리 신청하는 기관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식 통계치에 잡히지 않는 파산 위험에 노출된 채무자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계에 잡히는 채무자 규모도 심상치 않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개인워크아웃(연체 90일 이상)’ 신규 신청자는 4만9446명으로 나타났다. 작년 4만9497명과 비슷하다. 연체 기간이 30일에서 89일까지인 ‘프리워크아웃(이자율 채무조정)’ 신규 신청자는 작년 상반기 1만2399명에서 올해 8696명으로 29%가량 줄었다. 연체 30일 이하의 ‘연체전 채무조정’ 신규 신청자는 같은 기간 1548명에서 4835명으로 56.2%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처리한 개인회생 건수는 작년에 354건으로, 이 가운데 248건이 법원 인가를 받았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199건이 접수돼 18건이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사건도 연간 8만~9만 건을 웃돌고 있다. 최근 3년간 건수를 보면 △2018년 9만1859건 △2019년 9만2587건 △2020년 8만6551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6월까지 4만205건이 접수됐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겪은 개인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다시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다. 신용점수를 다시 쌓아야 하고, 상환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금융회사에 입증해야 한다. 일정한 소득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개인회생, 파산이란 낙인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했다면 대출을 해준 은행은 피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개인회생, 파산 신청자가 추후에 자산을 늘리고, 신용점수를 잘 쌓더라도 파산 당시 대출을 해준 은행은 당사자에게 대출을 다시는 안 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을 쌓는다는 게 결국 카드나 대출과 같이 신용을 바탕으로 한 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데 최근 금융회사들의 연체 우려가 커진 최근 상황에서 신용을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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