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강행의지 ‘징벌손배·열람차단청구’ 언론중재법, 포털·자기검열 우려

입력 2021-08-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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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 손배, 명예훼손에 '이중처벌'…피해 아닌 언론규모 기준, 위헌 여지
입증책임도 지워 자기검열 유도…김의겸도 공감 "형법 개정 동시에"
주관적 기준 기사열람차단청구, 기사 삭제 압박 우려…포털 갑질 가능성도
기성언론 견제 목적 뚜렷…내년 대선 '언론 리스크' 줄이려는 의도 의심
이런 우려에 野 반발하자 문체위 통과 불발…與, 12일 강행처리 재시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국민의힘의 반발로 처리되지 못했지만, 여야 의견차가 좁혀지진 않아 다음 회의에서 강행처리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는 5시간 동안 여야 논쟁이 벌어졌지만, 의견차는 좁히지 못했다. 오는 12일 다시 전체회의가 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부딪힌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보도가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과 인격권 침해 시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각기 언론의 자기검열과 포털검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형사처벌에 더해지는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명예훼손·협박·모욕죄 등으로 언론을 압박한 사례가 많아 명예훼손죄 비형벌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하는 건 헌법상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중재법을 강하게 찬동하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조차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이중처벌 가능성 지적은 언론단체에서도 제기한 것으로 공감한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없애는 형법 개정안을 이미 제출했는데 이를 함께 처리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헌 여지는 손해액 산정에도 있다.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 0.01~0.1%를 하한 금액으로 정하는 부분인데, 피해 규모가 아닌 언론사 규모에 따라 배상액이 커지는 방식이라 헌법상 경제적 자유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상 대형 매체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기사 질이 낮아 가짜뉴스 발생 가능성이 큰 소규모 매체를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증책임을 원고가 아닌 언론사에 지우는 조항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범여권 의원들은 문체위에서 피해를 받은 일반 국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입증책임을 덜어낸 것뿐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문제는 명예훼손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민형사상 이중처벌에 입증책임까지 묻게 되면 언론사는 그 부담을 피하려고 자기검열을 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위에서 “권력 바람에 따라 언론 스스로 넘어지는 풀 같이 만드는 것”이라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이 법안을 이용할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할 거라 권력자를 위한 법안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논란 사안은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이다. 개정안은 거짓과 사생활·인격권 침해 등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피해자가 기사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기사 삭제 요청은 해당 청구권이 없는 현재도 넘쳐난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자 94%가 삭제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청구권이 도입되면 정정보도가 아닌 곧바로 기사 열람 차단, 즉 기사 삭제 요구가 급증할 공산이 크다. 포털이 해당 청구권을 근거로 검열에 나설 우려도 있다. 이미 포털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자의적 기준으로 언론사들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인데, 기사 방향까지 간섭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들은 전반적으로 규모가 큰 기성언론 견제 목적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언론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공동성명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과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4ㆍ7재보궐 선거 이전부터 논의돼온 법안인데 선거철과 이후 양당 전당대회로 불가피하게 미뤄진 것이지, 대선에 대비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선 때문이 아니라지만 민주당은 서두르는 분위기다. 오는 12일에는 민주당 단독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은 박 의원이 국민의힘 측 비판이 지속되자 회의를 제안한 날짜다. 여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차례 의결이 미뤄진 만큼 민주당으로선 단독처리 명분을 찾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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