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러니 집값이 잡히겠나

입력 2021-08-03 14:27 수정 2021-08-0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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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부국장 겸 부동산부장

문재인 정부가 요즘 매달리는 부동산 정책 수단은 ‘국민 겁주기’다. 2017년 정권 출범 이후 26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이제는 대놓고 "지금 집 사면 후회할 것"이라는 식의 공포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틈만 나면 집값 고점(高點)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두달 남짓 새 네 차례나 ‘집값 꼭지론’을 설파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주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집값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 추격 매수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말이 당부이지 지금 집을 사면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으름장에 다름 아니다.

공포 마케팅의 중심엔 경제 관료들이 있다. “집값이 고점에 가까우니 수요자들은 (집 사는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바란다”(홍남기 부총리·5월 24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고 운을 떼더니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3년 뒤 집값이 내려갈 수 있으니 ‘영끌’하지 말라”(노형욱 국토부 장관)며 잇달아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날뛰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이겠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정부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7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올라 전주(0.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경제 정책 수장이 부동산 거품을 얘기하는 순간에도 집값은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다.

과거에는 고위 관료나 정치인의 경고성 발언이 나오면 단기간이나마 시장이 주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선 ‘구두 개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책 신뢰가 이미 땅에 떨어진 탓이다.

현 정부에서 집값 고점 및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와 법인이 내놓는 매물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집값이 곧 빠질테니 매수에 신중하라는 경고였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8월 말에서 9월 초면 집값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올 것”이라며 하락 시점까지 찍어줬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집값은 역대급으로 뛰었다. 뒤늦게나마 집을 산 30대 젊은 층은 “영끌이 정답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정부 말을 따랐던 사람들은 ‘벼락 거지’ 신세가 됐다.

이러니 정책 불신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판국이다. 정부가 이솝우화 속 양치기 소년이 된 꼴이다. 나아가 정부 정책에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를 사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지경이 됐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만에 하나 정말로 늑대(집값 하락장)가 나타나면 어쩔 텐가. 신뢰 회복이 급하다. 정책도 사람도 쇄신이 있어야 신뢰를 얻는다. 정책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집값 안정을 외친들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온갖 부작용을 낳고 있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 그래야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공급 쇼크’라며 자화자찬했던 2·4대책은 공공(公共) 주도라는 틀에 갇혀 표류하고 있다. 주민과 협의 없이 덜컥 내놓은 신규 택지 공급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속도를 못내고 있다. 길잃은 공급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서울 도심에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이른 시일 내에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대규모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잘못된 건 바로잡고 시장의 왜곡은 걷어내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게 추락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집값 안정도 도모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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