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일, 삶, 배움] ‘좋소’기업 인식개선사업

입력 2021-07-29 05:00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는 일이 직업, 일자리, 교육·훈련 분야에 관한 연구이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일 노동, 직업 관련 분야를 주로 찾아본다. 일명 오피스 장르로 불리는 것 중 최근 몇 년간 필자가 꼽은 최고의 작품은 영화로는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 드라마는 한국방송의 ‘회사가기 싫어’이다. 최근 나만의 순위를 변경시킨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웹드라마 ‘이과장의 좋좋소’이다. 중소기업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용어인 ‘좋소’기업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일 같지 않은 일에 실망하여 입사한 지 3일 만에 도망간다는 ‘추노’사건, 회사에 경비용 CCTV 설치할 비용이 없어 동네 개를 데려와 직원이 개밥 먹이고 경비 훈련 시키는 일, 사장이 카드로 고기 먹자면서 술값은 각자 계좌로 부치라는 에피소드, 고용계약서 쓰자는 말에 신의로 일을 해야지 꼭 계약서를 써야 하냐며 머뭇거리는 사장 등의 이야기는 열악한 중소기업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구직난 속에 구인난이란 표현은 기성세대가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을 철없는 행동으로 꾸짖거나 배불러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모든 중소기업 입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과 스펙을 가진 구직자로 차고 넘친다. 제대로 된 회사의 성격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을 뿐이다.

임홍택이 저술한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월급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 사장들의 마인드가 쓰레기 같아서”라는 청년 구직자의 얘기가 나온다. 질 나쁜 고용주가 있는 ‘좋소’기업에는 다니기 싫다는 의미이다. 드라마 ‘좋좋소’에서 회사에 탐방한 기자가 막내 직원에게 후배를 위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중소기업에 다닐 후배님들 각오 단단히 하세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좋소’기업에는 특별한 기술과 자격보다 힘들더라도 불평 없이 묵묵히 일할 수 있는 끈기와 성실한 태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로 특성화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인식 개선 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미디어와 주변인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특성화고에서는 ‘중소기업과 나의 꿈’과 같은 교과서를 만들어 수업시간에 중소기업 인식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하여 그 사례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와 학부모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가짜뉴스’에 미혹되어 중소기업을 지원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날 해도 안 졌는데 퇴근한다고 직원에게 폭언을 한다거나,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기업 경영이 어렵다면서 회사 비용으로 자식에게 페라리 스포츠카를 사줬다고 자랑하는 사장,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에게 정부가 일부 임금을 추가 지원하는 청년채움공제를 핑계로 기존의 교통수당을 없애버리는 고용주, 탈세를 위해 ‘백두혈통’ 친인척을 유령직원으로 둔갑시키거나, 법인카드로 회식하라고 해놓고 이 비용을 드라마처럼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만드는 사장이 있는 기업에 청년층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맡길 온전한 부모는 없을 것이다. 또한 회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처참한 근무환경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어렵게 한다.

중소기업 관련 협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진정으로 청년층의 중소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고 구인난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중소기업 인식 개선사업의 주요 대상을 학생과 학부모, 구직자에서 고용주로 바꿔야 한다. 직원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다 같이 성장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도록 고용주를 대상으로 인식 개선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좋소’기업에서 ‘갓(God)소’ 기업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는 바로 고용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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