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선거에서 제3지대가 무의미한 이유

입력 2021-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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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전국적 인기를 얻는 후보들이 이른바 제3지대론을 또 다시 내세우고 있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는 정치인으로서 훌륭한 자세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거의 모든 유권자도 진보 또는 보수, 여야 등의 이분법으로 자신을 구분하지 않는다.

과거 2012년 ‘안철수 현상’을 일으켰던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는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적 프레임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정당의 양대 기득권 틀을 깨고 낡은 정치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제3지대론은 꽤 그럴 듯하게 들리나 조직이론 관점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가깝다. 본능적으로 선거는 인물 간의 대결 이전에 조직과 조직의 세력 대결을 전제로 한다. 과거부터 조직이론을 연구하는 조직 및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조직의 대결은 늘 양 극단으로 격화된다고 지적했다.

개인 수준에서 각각의 사안에 대해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관점을 취했던 이들이 특정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끼는 순간 개인이 지녔던 합리적 사고는 이내 사라지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극단적 주장을 지지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현상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성은 개인과 집단의 심리적 본능에 기인한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 관점을 준수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옹호하는 집단이나 조직의 입장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는 이들에게 보다 친밀감을 느껴 그들과의 소속감, 연대의식을 강화한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책, 비전을 내세워 승부를 겨뤄야 한다. 그러나 조직 간의 대결이라는 선거의 기본 속성을 감안할 때 결국 승패는 양 극단을 주장하는 조직에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제3의 새로운 깃발을 흔들어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조직 및 심리학자의 일반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선거 때마다 제3지대를 고수하는 정치인들은 왜 등장하는 걸까? 이른바 민심투어를 하면 집단이 아닌 지지자의 개인적 의견을 자주 경청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직이 아닌 개인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 결과 제3의 후보들은 기존 정치권을 낡은 체제라고 비판하는 의견을 집단의 견해로 착각하는 오류에 빠진다.

기존 구태정치에 불만을 느낀 다수 개인의 의견이 제3지대의 필요성을 매번 강조하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선거 결과는 늘 양 극단으로 대립되어 결과가 도출되는 이유이다. 특히, 정치는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의견을 더욱 강하게 지지하고 반대 집단을 더욱 매몰차게 비난하는 유권자의 태도가 극화까지 발현되는 영역이다.

전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선거는 양대 정당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정당정치에 관해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과 유럽을 봐도 그렇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례를 통해 제3지대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으나 프랑스는 대선에서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점, 그리고 마크롱 후보도 특정 이념을 좀 더 강조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선거에서 제3지대의 효과가 크지 않기에 기존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구체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선거를 앞두고 매번 성별, 지역별, 계층별 갈등을 부추기며 편 가르기에 몰두한다.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통합을 주장하지만 늘 갈라치기를 통해 내 편, 네 편을 구분해서 여론을 호도한다. 집단 극화의 힘은 실제로 매우 막강하다.

물론 제3지대가 무의미하다고 해서 언제나 기존 정당이 선거를 독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 유권자도 이제는 집단 극화라는 본능에서 벗어나 갈등과 대립의 프레임이 아닌 정책을 앞세우는 후보에게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개인의 합리적 면모가 집단에 또 다시 매몰되는 순간 구태 정치는 변함없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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