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이젠 어엿한 '효자종목' 펜싱…에페·사브르·플뢰레?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입력 2021-07-26 15:33 수정 2021-07-26 15:57

▲26일 남자 플뢰레 개인 32강전에서 러시아의 키릴 보로다체프와 대결 중인 이광현(오른쪽) (연합뉴스)
▲26일 남자 플뢰레 개인 32강전에서 러시아의 키릴 보로다체프와 대결 중인 이광현(오른쪽) (연합뉴스)

빠르고 날카로운 공수 교환, 숨 막히는 긴장감은 펜싱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다. 펜싱은 유럽에서 귀족 계층 등이 명예를 걸고 칼싸움을 벌인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 최근 펜싱이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는 것.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김정환이 동메달을 갖고 오며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흔히 펜싱을 칼로 찔러 점수를 내는 경기라고 생각하지만, 펜싱은 종목별로 그 유래와 규칙이 다 다르다. 펜싱에는 에페·플뢰레·사브르 3가지 종목이 있다. 모르고 봐도 긴장감 넘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펜싱에 대해 알아봤다.

‘피 나면 진다’ 실전에서 유래한 에페

▲에페 유효타격면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캡처)
▲에페 유효타격면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캡처)

에페(Épée)는 실전 결투에서 유래한 종목이다. 당시 실제 결투 규칙에서 가장 널리 적용된 것은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즉 피를 처음 흘리는 사람이 지는 방식이었다.

몸 어느 부위에서 피를 흘리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규칙에서 따라 에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유효타격면으로 인정한다. 어디를 찌르든 점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두 선수가 서로 동시에(정확히는 25분의 1초 이내에) 공격에 성공하면 두 선수 모두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에페에 쓰이는 칼은 최대 90cm, 770g 이하로 세부 종목 중 가장 무거운 칼을 사용한다.

한국 선수 중 에페 종목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할 수 있다’로 잘 알려진 박상영이다. 박상영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임레 게저와 만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박상영은 10대 14로 뒤진 상황에서 5점을 내리 얻으며 금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에페가 동시 타격에도 점수를 부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5점을 기록한 그야말로 기적 같은 승리였다.

박상영은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에페 개인전 8강에서 세계 랭킹 1위인 헝가리의 시클로시 세르게이를 만나 12대 15로 아쉽게 패했다.

‘에페 연습 버전’ 플뢰레

▲플뢰레 유효타격면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캡처)
▲플뢰레 유효타격면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캡처)

플뢰레는 에페를 연습하기 위해 에페를 간소화해 만든 종목이다. 실제 검으로 결투를 벌이면 팔다리를 다치는 것보다 몸통을 공격당하는 것이 더 위험했으므로 에페를 연습할 때는 몸통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플뢰레가 머리와 팔을 제외한 몸통을 유효타격면으로 인정하는 이유다.

플뢰레에서는 에페와 달리 동시 타격을 점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공격 우선권’ 개념이 적용된다. 공격 우선권을 가진 선수는 타격을 하면 바로 점수를 인정 받지만, 우선권이 없는 선수는 공격을 한 번 막아낸 뒤에 타격을 해야 점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플뢰레에서 쓰이는 칼은 에페와 마찬가지로 최대 90cm지만 무게는 더 가벼워 500g 이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의 플뢰레 선수는 전희숙이 유일하다. 전희숙은 25일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했다.

전희숙은 32강에서 일본의 아즈마 리오를 11대 10으로, 16강에서 중국의 천 칭위안을 14대 1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8강에서 만난 인나 데리글라조바에게 7대 15로 무너지며 우리나라는 플뢰레 종목의 메달을 노릴 수 없게 됐다.

‘말은 살려야 한다’ 사브르

▲사브르 유효타격면. 사진의 칼 길이는 손잡이 포함한 칼 길이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캡처)
▲사브르 유효타격면. 사진의 칼 길이는 손잡이 포함한 칼 길이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캡처)

사브르는 기마전에서 유래했다. 말을 타고 있어서 공격이 자유롭지 않은 만큼 칼로 적을 베는 것도 중요했고, 사브르는 이를 이어받아 ‘베기’를 유효타로 인정한다. 찌르기와 베기를 모두 인정하는 만큼 경기가 다이나믹하고 점수가 빨리 나는 종목이다. 플뢰레처럼 공격 우선권이 주어진다.

사브르의 유효타격면은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다. 과거 말은 전쟁에서 중요한 일종의 ‘장비’였기 때문에, 사람은 죽이더라도 말은 살려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사브르는 말위에 앉아있는 적의 상체를 노리곤 했고 이 관습이 사브르의 유효타격면으로 남아있다.

사브르에서 쓰이는 칼은 세 종목 중 가장 짧은 최대 88cm, 플뢰레와 같은 무게인 500g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사브르 종목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주인공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간판스타 ‘김정환’이다.

김정환은 지난 24일 지바시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를 15대 11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연속으로 동메달을 따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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