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

입력 2021-07-14 17:56 수정 2021-07-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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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치열하리만치 냉혹한데 자신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어떤 허물도 쉽게 용서한다는 점이다. 그 대상이 자신의 가족이거나 자신에게 해당할 때에는 아예 허물조차 되지 않는다.

대선주자 윤석열 후보의 가족이 여러 치명적 의혹을 받고 있는데 사실 여부는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중요한 건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처하는 윤석열 후보의 태도다. 결혼 전 의혹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그간 그가 보여 준 원칙적 모습이 얼마나 모순이었는지를 알리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와의 결혼으로 한 가족이 된 사람이 결혼 전과 백팔십도 달라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를 그녀들이 앞으로도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어떻게 자신할 수 있겠는가. ‘법 앞에 누구나 모두 평등해야 한다’ 정도로 대처할 게 아니라 혹시 허물이 있다면 그런 ‘그녀들을 받아들인 순간’에 대해 언젠가 진솔하게 설명하고 한 가족으로서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힘든 일 중 하나는 서로 잘 맞는 팀원을 갖추는 일이다. 최근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업의 흥망성쇠를 함께할 파트너로서의 팀원을 찾는 건 여전히 어렵고, 찾았더라도 쉽게 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할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들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나의 인생도 달라지기 때문이며 스스로 그 선택을 파기한다는 건 더욱 어려워서다.

그럼 어떤 사람과 함께 가야 할까.

첫 번째는 판단에 대한 것이다. 가정의 구성원이든 사업의 파트너이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선호해야 한다는 기준도 있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기준도 있다.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지켜 본 나로선,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그가, 아니면 그녀가 그동안 살아 오면서 어떤 판단을 해 왔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책임져야 할 순간에 회피하고, 결정적일 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갖 편법을 도모해 온 사람이라면 결코 같은 길을 걸어갈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은 최고의 인재로 나에게 큰 기회를 가져다줄 것 같지만 언젠가는 공동체의 앞길을 가로막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그들의 그런 판단의 순간이 한두 번의 실수에서 비롯된 거라면 그 판단의 결과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더라도 그 실수를 용납해야 한다. 과감히 실수를 받아들일 줄 아는 기업체의 문화가 있을 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습관이다. 세상 모든 일의 시작은 대화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 가고 함께 갈 방향을 설정하고 거래가 시작되는 물꼬를 튼다. 지나가는 말처럼 나눈 대화도 기억하고 지키려 하는 모습, 구두로 한 작은 약속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 중요한 선입관이다. 이런 습관을 살펴 봄으로써 상대방인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가를 파악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약속 자체를 지키겠다는 노력보다 약속의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은 언젠가 사업체의 신뢰를 깨는 데 일조를 한다.

세 번째는 기록과 계약, 그리고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든 걸 보완할 순 없겠지만, 계약서는 성공과 이별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또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사람은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에 수반되는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야 하고 기록과 계약,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야말로 우리 회사를 지킬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음습한 의혹들이 대세라는 지지율 속에 파묻혔지만 결국은 그 의혹들로 전직 대통령들이 수감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대선 기간만큼은 ‘그녀들을 받아들인 순간’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음습한 가림막을 뚫고 스스로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들을 받아들인 순간’이 사랑에 눈먼 실수라면,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작동될 수 있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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