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외국 매각 반도체 기업 규모 48조 달해

입력 2021-07-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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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이매지네이션·NWF 등 줄줄이 넘어가
중국 자본의 영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인수 뒤늦게 재검토
미국·유럽서 반도체 보호무역주의 커지자 심각성 인식

▲네덜란드 넥스페리아가 인수하기로 한 영국 반도체 업체 뉴포트웨이퍼팹(NWF) 직원들. 출처 NWF 페이스북
▲네덜란드 넥스페리아가 인수하기로 한 영국 반도체 업체 뉴포트웨이퍼팹(NWF) 직원들. 출처 NWF 페이스북
영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행보를 보인다. 한때 유럽 최고 반도체 혁신 기업들을 다수 보유했으나 정부의 안일한 판단으로 이들 기업이 외국에 잇달아 매각되면서 뒤늦게 반도체 기술 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현 보수당 정부가 집권한 201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외국 업체에 넘어간 영국 반도체 업체들의 기업 가치는 총 420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미국 엔디비아로 넘어간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ARM은 제외된 수치다.

미국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각국 규제 당국 심사 등 매각 절차가 최종 마무리되면 해외 기업의 손에 넘어간 영국 반도체 업체 기업 가치 총액은 두 배 가까이 급증하게 된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그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불허하는 일은 이제까지 거의 없었다. M&A를 통한 지역 일자리 증가와 투자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6년 ARM이 일본 소프트뱅크에, 이듬해 그래픽 칩 업체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이하 이매지네이션)까지 중국계 투자회사 캐니언브릿지에 줄줄이 매각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물론 이탈리아가 중국의 자국 기업 인수를 막는 등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기술에 대해 보호무역주의가 짙어지자 영국 정부의 최근 10년 행적이 뒤늦게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윙테크테크놀로지가 지분을 100% 소유한 네덜란드 넥스페리아가 약 6300만 파운드에 영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뉴포트웨이퍼팹(NWF) 인수에 나서면서 영국 내에서도 이러한 불안이 한층 고조됐다. NWF는 자동차 전원 공급장치에 활용되는 실리콘 칩을 만드는 업체다.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은 해당 안건을 승인했다가 안보 우려 등 논란이 거세지자 뒤늦게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당국은 NWF 매각 건을 30일간 살펴보게 된다.

이보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해 이매지네이션 임원진을 소환하기도 했다. 2017년 정부는 캐니언브릿지가 미국 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다는 판단으로 자국에 대한 투자를 약속받고 이매지네이션 인수를 승인했다. 그러나 캐니언브릿지가 본사 소재지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맨군도로 옮기자 안보 우려가 커졌다.

존슨 총리의 수석보좌관 출신인 도미닉 커밍스는 “2010~2019년 영국 정부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기술기업들을 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 소속 밥 실리 의원은 “NWF 매각 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관련한 대응 방식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우리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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