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여왕 동상 목 따는 ‘캔슬 컬처'…역사 재평가 혹은 반달리즘

입력 2021-07-05 17:0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발로 차고 빨간 페인트칠하고…여왕 동상 수난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규탄 시위대, 동상 파괴
일종의 '캔슬 컬처'…역사 재평가 혹은 반달리즘

▲캐나다 위니펙의 아시니보인 강에서 2일 한 시민이 전날 시위대에 의해 파괴된 빅토리아 여왕 동상의 머리를 낚아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위니펙의 아시니보인 강에서 2일 한 시민이 전날 시위대에 의해 파괴된 빅토리아 여왕 동상의 머리를 낚아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독립기념일인 1일(현지시간),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파괴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동상을 발로 차고 주변을 돌며 춤을 췄고, 동상과 기단에 붉은 페인트로 손자국까지 남겼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19세기 캐나다에서 자행된 원주민 어린이 학살을 비판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 시기 캐나다 가톨릭 교회는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기숙 학교를 세운 뒤 원주민 어린이를 강제로 입학시켰다. 원주민 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이었다.

기숙학교에서는 학대와 성 착취 등이 만연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어린이가 희생됐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100년간 최소 15만 명의 어린이가 정부에 의해 강제로 기숙학교에 보내졌고, 4100여 명이 영양실조와 질병·학대로 인해 숨졌다.

기숙학교의 실상은 앞서 2016년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에서 드러났지만, 최근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신원 미상의 유해가 1000구 넘게 발견되면서 분노가 커졌다. 발굴된 유해는 대부분 어린이로, 당대 기숙학교에 강제로 보내진 원주민 아동들로 추정된다.

역사적 재평가 속에 이어지고 있는 동상 '처형'

▲원주민 기숙학교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주의회 앞에 설치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뒤 밧줄로 묶어 쓰러뜨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주민 기숙학교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주의회 앞에 설치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뒤 밧줄로 묶어 쓰러뜨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빅토리아 여왕은 대부분의 원주민 기숙학교가 세워진 1837년부터 1901년부터 재임했다. 현재 재임 중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의 국가수반을 맡고 있다. 그동안 캐나다에서는 명목상이더라도 영국 여왕이 국가수반을 맡는 것은 식민지배의 잔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두 여왕의 동상이 파괴되던 날 시위대는 "제노사이드(인종청소)는 자랑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고,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희생된 어린이들을 의미하는 수백 개의 작은 신발을 놓았다.

캐나다를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는 여왕뿐 아니라 식민지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이 꾸준히 파괴되거나 철거되고 있다. 북미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 호주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 남아공 총독을 지낸 세실 로즈 동상이 대표적이다.

세 인물 모두 과거 '위대한 탐험가'라 칭송받았지만, 오늘날에는 해당 지역을 식민지화하고 원주민 학살과 노예제 확산에 일조한 원흉으로 꼽힌다. 특히 이러한 재평가 흐름은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식민 역사 장본인 '영국'에서도…"캔슬 컬처"

▲지난해 6월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에 있던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톤의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철거되고 있다. 강물에 버려진 해당 동상은 다시 건져져 올해 3월 브리스톨 M 셰드(Shed) 미술관에서 전시됐다.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에 있던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톤의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철거되고 있다. 강물에 버려진 해당 동상은 다시 건져져 올해 3월 브리스톨 M 셰드(Shed) 미술관에서 전시됐다. (AP/연합뉴스)

과거 식민지 시기 인물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는 일종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고 볼 수 있다. 캔슬 컬처란 인종이나 젠더 등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발언·행동을 저지른 이를 '당신은 삭제됐어'(You’re Canceled) 등의 메시지와 함께 지적하며, 해당 인물의 행적을 지우는 운동을 말한다.

캔슬 컬처의 흐름은 식민지 역사의 장본인, 영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7일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브리스톨에서는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톤의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철거됐다. 1600년대 후반 노예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콜스톤은 학교와 병원 등을 세우고 브리스톨 시의회 의원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역사의 재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6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는 모들린 칼리지 학생 휴게실에 걸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가 식민지배 유산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문제가 된 초상화는 1952년 여왕 즉위를 기념하며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최근 모들린 칼리지 학생들 중심으로 초상화가 식민 시대 역사의 상징이라며 제거하자는 요구가 일었고, 이를 학생 투표에 부친 결과 초상화 철거가 결정됐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투표로 결정된 만큼 초상화를 떼기로 했으며, 여왕의 초상화는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이다.

"역사적 재평가" vs "과격한 반달리즘"

▲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 설치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동상이 1일 원주민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의해 훼손돼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 설치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동상이 1일 원주민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의해 훼손돼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동상 파괴 운동 같은 캔슬 컬처가 문화 파괴적인 '반달리즘'(Vandalism)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원주민 기숙학교 역사와 관련) 연방 정부와 교회에 대중들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반달리즘과 가톨릭 교회들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과격한 시위는 없더라도, 역사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각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의회는 노예제를 옹호하고 남부연합을 지지한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해당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였던 상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최악의 인종차별 가해자들을 의회에서 칭송받게 놔두면 어떻게 인종차별 사회악을 끝내겠느냐"면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범죄도시4’ 이번에도 싹 쓸어버릴까?…범죄도시 역대 시리즈 정리 [인포그래픽]
  • 직장 상사·후배와의 점심, 누가 계산 해야 할까? [그래픽뉴스]
  • 동네 빵집의 기적?…"성심당은 사랑입니다" [이슈크래커]
  • 망고빙수=10만 원…호텔 망빙 가격 또 올랐다
  •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한 세포치료제, 고형암 환자 치료에도 희망될까
  • “임영웅 콘서트 VIP 연석 잡은 썰 푼다” 효녀 박보영의 생생 후기
  • 꽁냥이 챌린지 열풍…“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 올림픽 목표 금메달 10개→7개 →5개…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815,000
    • +2.34%
    • 이더리움
    • 4,479,000
    • +1.7%
    • 비트코인 캐시
    • 701,000
    • +1.37%
    • 리플
    • 749
    • +4.03%
    • 솔라나
    • 210,000
    • +2.69%
    • 에이다
    • 705
    • +7.47%
    • 이오스
    • 1,156
    • +4.33%
    • 트론
    • 161
    • +1.9%
    • 스텔라루멘
    • 167
    • +4.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7,000
    • +1.78%
    • 체인링크
    • 20,480
    • +3.7%
    • 샌드박스
    • 659
    • +4.7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