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울산 순직 소방관 영결식 치러져

입력 2021-07-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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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소방관들이 노명래 소방교에게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 소방관들이 노명래 소방교에게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배이자 동료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2일 오전 울산 상가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순직한 고(故) 노명래(30) 소방교의 영결식이 울산시청 햇빛광장에서 울산광역시장(葬)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소방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이상헌·이채익·박성민 등 지역 국회의원, 박병석 시의회 의장, 최병일 소방청 차장 등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은 2일 오전 9시, 검은색 운구 차량이 노 소방교가 근무했던 중부소방서를 거쳐 햇빛광장으로 들어서며 시작했다. 정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 100명이 운구 차량을 도열해 맞았다. 이어 영결식은 묵념, 고인의 약력 보고, 1계급 특진, 옥조근정훈장 추서, 조전 낭독, 연결사, 조사,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노 소방교를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의 미래를 짊어질 유능한 소방관을 잃었다"며 "화마에 용감히 맞서 임무를 다한 고인을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고인을 기렸다.

송철호 시장도 영결사에서 "구조 대상자가 있다는 시민의 말 한마디에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든 당신. 위험 속에서도 임무를 다했던 당신은 영원한 소방관"이라며 "노명래 소방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 뜻과 정신을 영원히 기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낭독 중 눈물을 보이는 김태민 소방사 (뉴시스)
▲조사 낭독 중 눈물을 보이는 김태민 소방사 (뉴시스)

중부소방서 구조대 김태민 소방사는 동료 소방관을 대표해 조사를 낭독했다. 김 소방사는 "선배로서 동료로서 함께하지 못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하늘의 빛이 돼 우리를 끝까지 지켜봐 달라. 네 몫까지 최선을 다할게"라며 울먹였다. 김 소방사는 노 소방교와 특전사 동기이자 같은 소방서의 구조대 선배였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유가족과 신부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노 소방교의 아버지는 고인이 돼버린 영정 속 아들을 보며 "아들아. 내 아들아"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울산시는 순직한 노 소방교를 소방사에서 소방교로 1계급 특진과 공무원으로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옥조근정훈장(근정훈장 5등급)을 추서했다.

노 소방교를 실은 운구 차량은 영결식이 끝난 뒤 동료 소방관들의 도열을 받으며 떠났다. 그의 주검은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치된다. 그렇게 노 소방교는 30살의 짧은 생애를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노명래 소방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한 마디에 달려갔다

▲노명래 소방교 (연합뉴스)
▲노명래 소방교 (연합뉴스)

노 소방교는 지난달 29일 오전 울산 중구의 한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크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3층 미용실에 가끔 직원이 숙식한다"는 말에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3층으로 향했다.

인명 수색 도중 불길이 급격하게 거세졌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소방관들은 몸을 던져 창문을 깨고 안전 매트가 설치된 밖으로 뛰어내렸다. 다른 소방관들은 비교적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노 소방교는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를 받던 도중 끝내 숨지고 말았다.

노 소방교는 지난해 1월에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올 2월 혼인신고를 마친 뒤 코로나19로 결혼식을 10월로 미뤄둔 상황이었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 김동식(52, 소방경)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이 순직한 뒤, 약 2주 만에 우리는 또 한 명의 용감한 소방관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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