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스텔싱②] 성병 옮기고, 몰래 임신…해외처럼 성범죄로 처벌해야

입력 2021-06-27 16:18 수정 2021-06-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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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유명 유튜버 A 씨에 의해 평생 성병을 앓게 됐다는 피해 여성들의 사연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피해자들은 A 씨가 스스로 성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피임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성관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특정한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여 피임하지 않는 행위를 '스텔싱'(Stealthing)에 포함된다고 봤다. 김희정 계명대학교 인권센터 교수는 2019년 법학논문집에 게재한 ‘스텔싱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한 소고’ 논문에서 “스텔싱은 강간의 피해와 같이 피해자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성병의 위험도 있다”면서 “신체적인 위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스텔싱’ 성범죄로 간주해야…외국은 형사처벌

최근 선진국들은 스텔싱을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로 간주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4월 뉴질랜드 법원은 피고인의 스텔싱 행위에 강간죄를 적용하며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상처까지 줬다”고 판단했다. 뉴질랜드에서 스텔싱에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캐나다 대법원은 2014년 피고인이 구멍 난 콘돔을 낀 채 성관계를 해서 피해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게 됐다며 피고인에게 특수성폭력을 인정해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다. 현재 캐나다를 비롯해 독일과 스위스 등은 스텔싱을 강간에 해당하는 명백한 성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0월 한 외교관이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상대와 성행위를 하던 도중 상대 동의 없이 콘돔을 뺀 혐의로 고소당해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법에는 아직 스텔싱에 관해 명확한 법률이 없어 해당 사건으로 관련 법안이 제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은의법률사무소 이은의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외국처럼 스텔싱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사회가 변하기 때문"이라며 "피임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기 위한 것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서 관련 법안 발의…‘비동의강간죄’ 핵심

국내에서도 스텔싱을 성범죄나 강간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1대 국회에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의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현재 형사법상 성폭행은 ‘폭행·협박에 의한 간음’,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의사에 반하는 간음’, ‘업무상위력 또는 위계에 의한 간음’일 때만 성립한다. 형사법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처벌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로가 동의한 성관계에서 발생한 스텔싱은 성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비동의강간죄’가 포함되는 방향으로 형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보고 있다. 폭행과 협박의 존재 여부, 피해자 저항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동의했느냐 여부에 따라 강간을 판단할 수 있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강간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 등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강화한 형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류 의원은 “현행법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입장의 법 제도다”면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성폭력인데, 이를 처벌함으로써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강간과 강제추행을 다루는 법리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법 자체는 똑같다”면서 “사회적 흐름이 변하고 이제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구시대적인 가해자의 완력 여부가 아닌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지금 시대에 맞는 기준”이라면서 “그동안 변화된 많은 사람의 생각과 판례의 변화들을 현대화시켜서 법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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