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정책 방향성 맞나 의문”

입력 2021-06-21 05:00

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아져 불법 사금융 풍선효과 우려
당국 상황반 가동…업계 “대통령 공약, 정치논리 진행”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시장 상황과 저신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서민금융진흥원 등 관련 업계와 최고금리 인하에 대응하는 시행 상황반을 지난 16일 처음으로 가동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다음 달 7일 기존 24%에서 20%로 내려가면서 나타날 시장의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변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도에 대해 사전에 시행 상황반을 꾸려 대응하곤 한다. 앞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금융당국은 도입에 대비해 관련 업계와 시행 상황반을 조직했다.

금소법 시행 상황반은 법이 시행된 지 20일 이후에 조직되면서 다소 늦게 움직였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고금리 인하 제도 변경에 대해선 3주 전부터 조직해 대응하고 있다. 그만큼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는 물론 이용자 사이에서도 최고 금리 인하 역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은 다수의 업체가 퇴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제도 도입에 대해 시간을 갖자고 요구해왔다.

특히 대부업계는 제1금융권과 달리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싸 금리를 20%로 인하했을 때 대형 업체를 제외하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자와 신용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하면 20% 금리 수준 하에선 거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최고 금리 인하가 반갑지만은 않다. 특히 저신용자의 경우 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우려가 커졌다.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풍선효과를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최고금리 인하로 약 13%(31만6000명)는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되고, 이 중 채무조정·절약 등을 제외하면 3만9000명의 불법 사금융 유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정책서민금융 공급, 피해 구제 강화 등의 후속 조치를 마련했지만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대출 문턱 또한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 금리 인하는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 금리 인하가 현 정권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제도 부작용을 면밀하게 파악하기도 전에 성과주의 방식으로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7일 금융위가 작성한 ‘제5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A 위원은 “국무회의 의결 후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3개월 뒤에 시행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금융위 담당자에게 물었다.

해당 담당자는 “조항은 간단하게 한 조항이어서 법제처와 얘기가 돼 있고 3월 30일에 국무회의에 통과한다”고 대답했다. 정부 여당에서 강하게 추진되는 정책으로 인해 법제처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었던 대목이다.

최고금리 인하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하나로,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A 의원은 “3개월 뒤는 6월 30일인데 하루 차이로 빠듯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금리 인하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중금리대출 부분에서 (타 금융권에서) 밀려 들어온 사람을 커버해야 하는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도 정치권에서 주도해서 나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고 보인다”며 “방향성은 옳다고 쳐도 자유로운 시장 체제로 흘러가야 할 금리에 대해 강제로 변형시키는 것에 대해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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