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삶의 모든 것, 고령가소년살인사건

입력 2021-06-1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고령가소년살인사건’이라는 영화 제목만 보고 추리극이나 범죄 수사물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는 한 소년의 삶을 통해 불안과 격정과 좌절을 마치 관찰자의 시점에서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내 관객은 소년의 마음에 감정이입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1991년에 만들어졌으니 아주 클래식한 영화도 아니다. 당시 이 영화는 대만의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영화로 한국에 소개됐다. 선전 홍보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던 대만에 새로운 물결이 일어난 것이다. 서민의 생활과 애환, 현대 도시인의 우울이나 불안 등을 살피고 한 가족이나 개인이 전쟁 이후에 겪게 되는 아픔을 대만의 젊은 영화인들이 감지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뉴웨이브 선두주자였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였고 유수의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터라 나는 필사적으로 이 영화를 구해 보았다. VHS 테이프가 원본이어서 여러 번 복사를 뜨다 보니 나중에는 영어로 된 자막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런닝타임은 무려 4시간에 육박한다.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다. 이 영화를 디지털 리마스터링 한 걸로 다시 보고 있자니 새삼 세상 참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960년, 대만 사회는 국공내전 이후 ‘본토’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인해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이 혼란으로 당시 청소년들이 아노미 현상을 겪으며 폭력에 의존하지만 어른이나 학교나 젊은이들에게 시선을 둘 여유가 없다. 의도치 않게 이 혼란에 휘말린 소년 샤오쓰(장첸)는 친구, 가족 그리고 좋아하는 소녀 밍(양정의)의 문제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대만 역사에서 미성년자가 저지른 최초의 살인사건이었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이 영화는 특히 아름다운 미쟝센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한 컷 한 컷을 프리즈하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완벽한 구도를 만든다. 사물을 걸쳐 찍거나 카메라를 픽스하고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 등은 임권택 감독의 연출을 연상케 한다.

인간의 삶 속에 오묘하게 숨겨 있는 비밀들을 충실하게 재현해 내고 있어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컷도 놓칠 수가 없다. 한번 명작에 도전해 보시라.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북러 군사 전문가 “北, 우크라서 드론전 진화하는데…한미훈련 축소, 대비태세 공백 우려”
  • 태풍 뒤끝? 거제 900㎜ 폭우…남해안 극한 호우 또 오나 [이슈크래커]
  •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축소 배경엔 한국 대미투자 이행 속도 불만”
  • "최장 11일 쉰다"…9월·10월 황금연휴 계획 짜기 [그래픽]
  • 7월 서울 주택 매매 상승률 확대⋯전·월세 소폭 둔화
  • 홈플 재개장, 닷새간 매출 437억원...영업중단 전보다 191% 증가
  • AI 호황에 곳간 두둑해진 대만…전 국민에 ‘현금 44만원’ 쏜다
  • 추석 전 지급되는 지자체 민생지원금 일정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054,000
    • +0.78%
    • 이더리움
    • 2,693,000
    • +0.26%
    • 비트코인 캐시
    • 287,700
    • -0.42%
    • 리플
    • 1,408
    • -0.35%
    • 솔라나
    • 108,200
    • +1.12%
    • 에이다
    • 245
    • +0%
    • 트론
    • 471
    • +1.29%
    • 스텔라루멘
    • 217
    • -2.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430
    • -2.95%
    • 체인링크
    • 13,400
    • -0.15%
    • 샌드박스
    • 54.46
    • -2.1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