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깨진 유리창'과 중대재해처벌법

입력 2021-06-06 14:00

골목에 차량 보닛을 열어놓은 똑같은 두 대의 차량을 길가에 놓아둔다. 다만 한 대의 차량은 유리창을 살짝 깨트려 놓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보니 깨진 유리창의 차만 형편없이 망가진다.

사소하게 방치한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퍼지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이론이다. 1982년 범죄 심리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실험을 통해 발표했다.

이 이론이 대중에게 유명해진 이유는 1994년 뉴욕시장이던 루돌프 줄리아니가 범죄소굴로 불리던 뉴욕에서 이 이론을 적용해 단지 지하철 낙서를 지우고 도시를 깨끗하게 하는 것만으로 범죄율을 급감시킨 덕분이다.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잘 맞는다. 예컨대 길거리 지하철 환풍구 같은 곳에 주인 없는 커피 컵들이 몇 개 놓여 있으면 행인들이 하나둘씩 비슷한 커피 컵들을 버리고 간다.

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도 맥락은 같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은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사소한 것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과 조직원들에게 ‘작고 사소한 문제’부터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사소한 지점에서의 잘못이 쌓인다면, 결국 기업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임직원의 일탈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기업이 파산에 이르렀던 수많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사소한 문제’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작업장 안전사고는 치명적이다. 숙련된 작업자들이라도 사소한 문제를 놓치면 사고는 발생한다. 소중한 인명은 물론, 기업으로서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책임소재를 규명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해 의무주체 및 의무내용을 명문화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기업으로선 모든 안전 사고의 책임을 경영자에게 묻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에 대한 법의 책임만 넓히고 처벌만 강화해선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김부겸 총리와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도 재계는 일제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제도 보완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오너의 90%가 기업 대표인데 근로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재해 사고로 사업주를 1년 이상 처벌토록 한 하한 규정은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재해 발생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이들 중 한두 명의 작은 실수가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는 법이다. 나는 작은 담배꽁초를 하나 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그 주변은 담배꽁초로 산더미가 된다.

담배야 그렇다 치고, 안전사고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개개인의 의식 전환을 위한 노력과 현장의 안전시설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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