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배당 줄이는게 답이 아니다

입력 2021-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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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금융감독원은 올 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각 은행들에 문서로 발송했다.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은행지주 8곳과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은행 6곳 대상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2021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2022년 회복하는 U자형과 2022년에도 제로 성장을 기록하는 L자형으로 나눠 측정했다. 그 결과 U·L자형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비율을 넘었으나, L자형의 경우 상당수 은행이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에서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당제한은 주주가치 제고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정수준의 배당을 해야 하는데 답답할 노릇이다. 금융기관이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명칭은 권고안이지만 금융기관이 이를 따르지 않기는 어렵다. 즉, 형식상 권고일 뿐 사실상 강제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 그동안 은행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혀왔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들은 지난해 25~27%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는 27%로 가장 높았고 KB와 하나는 26%, 신한이 25%였다.

금감원의 배재 억제 권고는 6월 말까지 적용된다.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잇따라 배당 확대의 의지를 내비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으로 배당이 줄어든 만큼 중간 배당 등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끝나는 6월 말 이후 금융지주들이 실제 중간·분기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지주가 일제히 배당 확대를 화두로 던진 것은 표면적으로 은행주의 저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 데다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때문에 배당 매력도 떨어졌다. 우리 5대 금융지주사 중 2019년 대비 2020년 순이익이 감소한 회사는 한 곳이다. 한 곳을 제외한 4개 지주사는 10% 선까지 순이익이 증가했다. 그러나 주가는 전체적인 주식 강세장 가운데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100조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연결기준)이 쌓이고 있는 상황도 고배당에 대한 시그널로 읽힌다.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은 이익잉여금(연결기준)이 총 103조8000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94조 원에 비해 1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올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며 이익잉여금이 쌓여 언제든 중간 배당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 성향을 무조건 낮추는 게 맞는 것일까. 물론 코로나19로 금융 부문 부실이 확대될 위험에 대비하는 조치라는 점에서는 일부 수긍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올해 3월까지 최근 4개 분기 평균 순이익 기준, 즉 25%를 배당 한도로 정했다.

코로나19라는 위험에 대비한다면 배당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자본 확충을 강화하고 대손충당금을 증가시키는 개별 회사의 건전성 지표 준수 기준을 높여야 한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선 금융기관 배당 성향을 제한하기보다 자산건전성, 유동성 지표가 타당한 수준에서 설정, 준수되는지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건전성 지표를 지킬 정도로 이익이 증가해 이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막는 조치는 위험 대비라는 명분이 초라하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규제와 간섭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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