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적기’ 몸집 키우는 증권사들

입력 2021-05-16 09:41 수정 2021-05-16 13:14

▲미래에셋증권 CI
▲미래에셋증권 CI
▲키움증권CI
▲키움증권CI
4년 만에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게 된 미래에셋증권 임원 A씨는 요즘 신이 났다. ‘박현주 회장’이라는 인기 브랜드를 앞세운 적극 마케팅과 공격적인 해외영업으로 2006년 상장 이후 꾸준히 자본을 늘린 끝에, 이제는 모두가 선망하는 1위 증권사로 입지를 다졌지만. 2017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되면서 인가작업이 장기간 표류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최대 18조원이 넘는 어음을 발행할 수 있고 됐고, 이를 발판 삼아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A씨는 “초대형 IB에서 성공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특히 중요하다”며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금융투자업계에 대대적인 ‘새 판 짜기’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IB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에도 불구, 오랜 기간 고객의 주식투자 중개 수수료라는 ‘초보적인’ 먹거리로 연명해 온 국내 증권사들은 이제 ‘대형화’(대형사들)와 ‘특화’(중소형사)라는 각자의 살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 대형사들은 ‘초대형 IB’로 자리 잡기 위해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뛰어들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18조 2000억원까지 자금운용이 가능해졌다. 1분기 자기자본 9조6200억 원 기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중소·중견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얘상된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과 발행어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도 예고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IB를 제일 먼저 선점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당시 발행어음으로 자본 활용도가 높아진 한국투자증권은 적극적으로 비상장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수익을 얻고 지금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이 업계 최고 수준인 것도 발행어음을 통한 투자에 나선 영향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IMA를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MA는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발행어음업 인가를 얻으면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을 보장하며 일정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발행어음과 비슷하지만, 발행 한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은행의 업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자본 요건만 갖추면 별도의 인가 없이 사업에 진출해 조달 자금의 70% 이상을 IB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IMA를 먼저 선점하는 증권사는 모험자본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도 초대형IB 진출이 코앞이다. 올 4월 5000억 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은 5조 원에 가까워졌다. 지난해부터 초대형IB를 준비해온 만큼 현재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6번째 초대형 IB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키움증권은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기자본 규모 키워오고 있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2016년(1조1천679억 원) 이후 최근 5년여 동안 133% 이상 늘었다. 1분기 기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7290억 원이다. 연내 자기자본 3조 원을 넘겨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후 내년에는 자기자본 4조 원의 초대형IB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4500억원 규모의 RCPS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할 수 있다. PBS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펀드 설립 단계부터 투자자 모집, 대차거래, 장외파생상품거래, 자산수탁, 결제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키움증권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그간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에 의존한다는 오명(?)을 벗고 수익성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자본이익률이 상당히 높아지면서 자본을 확충할 기회로 삼고 있다”면서 “많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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