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코인경제’ 알지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는다

입력 2021-05-11 05:00

주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2017∼2018년 처음 비트코인 광풍(狂風)이 불었을 때다. 갑자기 나타난 가상화폐란 생소한 상품에 직장인, 학생, 주부들까지 수십만 명이 밤잠 설치며 달려들었다. 개념과 정체, 의미, 미래 모두 혼란스러웠다.

3년여 만에 다시 가상화폐가 나라를 달구고 있다. 투자 계좌가 300만개에 육박하고 하루 거래금액이 20조 원을 넘는다. 주식시장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예전에는 비트코인이 대표 상품이었는데, 지금 사고 팔리는 가상화폐 가짓수는 잘 파악도 안 된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한 수백 종의 잡(雜)코인이 대다수다. 전혀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이 국내 거래소만 200여 곳이 난립해 있고 사기(詐欺)도 속출한다.

세상에 나온 건 한참 됐지만, 불리는 이름도 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화폐 등으로 중구난방이다. 미래의 돈인지 도박꾼의 몽상(夢想)인지 알기 어렵다. 수백만 투자자들에게 그건 관심 밖이다. 거대한 ‘돈 놓고 돈 먹기’ 판이 벌어졌고, 더러 대박난 사람들도 있으니 한탕 노리고 부나방처럼 달려든다. 한국에서 유난히 뜨겁다. 집 장만할 꿈은 멀어졌고, 부(富)의 사다리가 끊겨 미래가 불안한 20∼30대가 코인에 몰입하는 세태를 더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상화폐는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 복잡한 수학적 계산으로 채굴(採掘)된다. 지폐 같은 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의 데이터로만 존재하고, 인터넷망에서 P2P(개인과 개인) 방식으로 분산저장된다. 중앙은행이 가치와 교환을 보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하나로 만들어진 글로벌 초연결(超連結) 세상에서 실물보다 더 편리해진 디지털 자산이라는 것이다.

제도권은 당연히 부정한다. 돈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가치 척도, 가치의 교환 및 저장 수단으로서의 어떤 기능과 신뢰도 갖지 못한 때문이다. 코인투자 과열에 국내외의 경고가 잇따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거듭 ‘화폐 아닌 투기수단’이라고 했고, 투자의 신(神)이라는 워런 버핏은 “가상화폐는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 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한국은행이나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내재가치가 없고 누구도 보증할 수 없는 투기자산’이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럼에도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치열하다. 과거와 다른 건 가상화폐 시장에 글로벌 기업과 유력 금융기관이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가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거액을 투자해 결제를 지원하고, 페이팔이 가상화폐 거래서비스를 시작한 건 예사롭지 않다. 뉴욕 월가의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대형 은행도 가상화폐 투자펀드를 내놓는다.

‘코인경제의 희망’과 ‘비이성적 투기’의 양극단에서 정부도 시장도 투자자도 헷갈릴 뿐이다. 중요한 사실 하나는 가상화폐를 낳은 ‘블록체인 기술’이 획기적인 혁신이라는 데 이론(異論)이 없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은행이 독점하던 거래장부를 분산 보관한다. 규칙만 존재할 뿐, 기존 금융시스템의 기득권을 부정한다. 모든 권력이 중앙 서버에 집중돼 구글 등 거대 중개자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지금 인터넷 구조의 한계를 넘는 대안으로, 상거래 혁명과 경제구조의 변혁을 몰고 올 기술로 주목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의 대표 콘텐츠다. 본질은 블록체인이고, 지금의 코인 광풍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 가상화폐가 있다. 정부는 눈 앞의 투기판에 휘둘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고, 코인경제 플랫폼인 블록체인의 변혁에 대한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알지 못하고, 제대로 알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 같다.

비트코인 설계자는 사토시 나카모토다. 10여 년 전 인터넷에 잠시 등장했다 사라졌고 실존 여부도 모른다. 다만 그가 제안한 비트코인의 지향점은 ‘금융기관 중개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일대일로 전달하는 전자화폐 시스템’이다.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난 ‘분권(分權) 화폐’로, 화폐에 대한 기존 관념의 파괴이자 대전환을 뜻한다.

화폐경제의 진화, 나아가 문명 발전의 관점에서 깊게 고민해야 할 화두(話頭)다. 비슷한 맥락의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이란 게 있다. 인터넷의 신기한 세상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던 1996년 미국의 존 페리 발로라는 사람이 발표한 인터넷 자유주의자들의 바이블이다. 권력의 주체가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모든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국가와 영토의 경계, 기존 권위 및 질서·가치를 부정한다. 익명과 개방을 전제한 열린 구조의 사이버공간은 더 이상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로, 기득권의 규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어떤 정부도 이를 지배할 권리와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금 세상은 그렇게 바뀌었다. 가상화폐의 미래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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